쉐이빙 폼
면도 크림, 셰이빙 크림(shaving cream) : 면도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체모, 보통 수염에 바르는 거품 화장품 크림.
내 사전 : 네팔에서 아침마다 가온이의 구레나룻과 턱선을 이어주던 희고 풍성한 거품
내 수염도 자란다. 멋없게, 천천히, 강인하지 않게.
이틀에 한 번, 비누로 대충 문지르고 면도기로 밀어내면 된다. 일회용 면도날도 한 달은 족히 쓴다.
면도에 돈을 들이는 일은 사치였다. 내겐.
바쁜 아침 느긋하게 쉐킷쉐킷 흔들어 풍요롭게 한 손 가득 담아내는 건. 허세.
네팔로 봉사활동을 갔던 그날 아침. 키 크고 잘생긴 20대 청년 가온이를 보기 전 까진.
멋있었다. 남자구나, 저 모습.
다음날 태연한 척, ‘아~ 쉐이빙 폼을 안 챙겨왔네’라며 그 호사를 함께 누렸다.
이제 비누따위 쓰지 않는다. (천박하게시리)
하지만 안그래도 작은 손바닥에 반도 안되게 거품 낸다.
마트에 가서 축구선수가 권하던 고가(?)의 제품과 눈이 마주치면 무의식적으로 눈을 돌린다.
내 아버지 세대에 유명했던 그걸 도루 (도로) 쓰고 있다.
유난히 한가한 아침. 거울 앞에서 쉐킷쉐킷 리듬을 타다 네팔의 아침 공기에 크림을 듬뿍 떠 바르던 가온이가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