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3

#경험 #독학고루 #낭중지추 #신뢰

by 정썰

자존감과 공감의 질은 경험이 결정한다.


이봐, 해봤어? 고 정주영 회장의 짧은 질문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는 해봤어'라는 자신감과 '나는 이런 것까지 해봤어'라고 말할 수 있는 자존감으로 무장된 게 아니라면, 허세고 그냥 꼰대다.


이민 후 미국 회사의 중간간부가 된 한국인의 일화. 다양한 국적의 부하직원이 200여 명 정도 되었는데, 어느 날 중국 출신의 부하에게 사과를 깎게 했더니, 칼을 바깥 방향으로 가게 해서 껍질을 쳐내면서 깎더란다. “사과는 그렇게 깎는 것이 아니야!” 칼날이 자기 쪽으로 오도록 해서 사과를 돌려가면서 깎는 시범을 보이고, 자기가 한 그대로 깎도록 시켰다. 그런데, 그만 손을 베였고, 왜 잘못된 방식을 자신에게 강요하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일파만파, 우리 교포와 중국 교포 사이에 논쟁이 벌어지고, 그때 방에 들어온 미국인 직원에게 서로 원군을 만난 듯이 붙들고 구원을 요청했다. 미국인은 냉정하게 “세상에 사과를 깎아서 먹는 사람이 어디 있어. 사과는 물로 씻어 먹는 것이야”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어지는 한문학 허권수 교수님의 글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것이 모두인 줄 알고, 어떤 일을 판단하거나 평가할 적에 이미 마음속에 선입견(先入見)이 들어 있어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옳지도 않은 의견을 옳다고 믿고서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했을까? 상급자라고 하여, 선생이라고 하여, 선임자라고 하여, 부모라고 등등.

사람은 자라면서 점점 활동범위가 넓어져 학교나 직장을 통해서 많은 사람을 만나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서로 다른 지역의 역사와 풍토를 듣다 보면 자신이 보고 듣고 배운 것이 전부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또 자기보다 나은 대단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직접 보게 된다. 그러나 사람이 알고 있거나 경험한 것에는 너무나 한계가 많기 때문에 자신의 것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고집하면 안 된다.

예를 들면,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을 하늘이 우리나라처럼 푸른 나라는 세상에는 없다”라는 말을 많이 해 왔는데 기후가 건조하면 하늘이 맑기 때문에 하늘이 우리나라보다 맑은 나라는 수도 없이 많다. 또 “우리나라 쌀이 제일 좋다”라고 하는데, 실제로 중국이나 미국에서 나는 쌀 가운데는 우리나라 쌀보다 좋은 것이 많다.

국가 지도자 가운데 중국의 모택동(毛澤東) 주석이나, 우리나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같은 사람은 대학을 안 다니고 혼자서 책만 많이 보았기 때문에 말은 겸손하게 해도 마음속으로는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똑똑하다”라고 생각하며 살게 된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절대로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습성이 붙게 된다. 국가지도자가 이렇게 독선에 빠지게 되면 국가의 일을 크게 그르칠 수 있다. 중국의 문화 대혁명(文化大革命) 같은 것이 그런 사고방식 때문에 빚어진 비극이었다.

‘예기(禮記)’에 보면 “혼자 배워 친구가 없으면, 치우치고 비루하여 들은 것이 적게 된다.(獨學而無友, 孤陋而寡聞)”이라는 말이 있다. 스승이나 친구와 어울리지 않으면 견문이 넓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글의 앞머리는 요약해서 옮겼는데, 이후는 그대로 인용할 수밖에 없었다.)


교수님의 글은 ’독학고루‘를 말하고 계시지만, 난 경험으로 받았다. 경험이야말로 직간접적이고, 가능한 다양하고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한,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인, 복합적이고 진솔한 것이어야 한다. 이런 형용모순적인 경험은 실전을 통해 가능해진다.

경험은 이해의 단초요, 경험은 이해를 통한 설명을 용이하게 한다. 그리고 적절한 설명은 리더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 팔로어의 신뢰는 리더십의 알파고, 오메가다.

그리고 리더십에서의 경험요소는 팔로어십과도 연결되니 더욱 중요하다. 어쩌면 경험은 공감의 촉진제다.

자존감, 공감, 경험. 청년기라면 틀을 잡아 부지런히 쌓아가야 하고, 중년기라면 잘 버무려 단단히 굳여야 한다. 물론 생물학적 연령을 기준으로 하면 안 된다. 2,30대의 원숙함도, 5,60대의 미숙함도 비일비재하다. 진정한 리더는 나이와 무관하다. 낭중지추(囊中之錐). 어쩌면 나이나 직책은 헝겊자루요, 리더십은 날카로운 송곳이다.


경험에 인색하지 말자. 그리고 경험민감도를 높여 소중한 경험을 헛되이 낭비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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