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5/수/맑다 비/부처님 오신 날
'열정썰, 긍정썰, 닭강정썰'. 이전 카톡 프로필이었다. 지금은 'Joy, Simple, Creative'.
굳이 진단하자면, 철듦에 대한 역변이라고나 할까. 진지한 분위기를 참아내기 힘들기 시작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짐짓 진지한 채 하는 상황이나 사람과의 대화를 피하고 싶은 거다. 피곤하기 싫은 거다.
쓸데없이 진지한 회의, 조언, 차담. 참을 수 없는 일상의 무거움. 군대가 그랬고, 몇몇 선배가 그랬고, 종교가 그랬다. 군대와 종교는 태생적 한계를 무시할 수 없지만, 그 선배들은 왜 그랬을까?
'뉴진스님'. 첨엔 유느님(유재석)이라 하듯이 걸그룹 뉴진스의 존칭인지 알았다. 다름 아닌 개그맨, 빡구 윤성호. 그는 실제 조계사에서 법명을 받은 독실한 불자란다. '매일(日) 나아간다(進·진)'는 의미를 담아 일진스님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뉴미디어 시대에 발맞춰 새롭게 나아가야 한다"며 뉴진스님으로 법명을 바꿨다. 뉴진스의 이름도 차용했다.
요즘 핫한 뉴진스님. 어제, 오늘 정점을 찍는다. 다나카처럼 헤어스타일을 바꿀 필요도, 억양과 목소리를 바꿀 필요도 없다. 그냥 윤성호에 장삼과 헤드셋 그리고 EDM만 걸쳤다.
컨셉을 잘 잡았다. 심지어 아내는 진짜 스님인 줄 알았다고.
냥이 혼자 졸던 한낮의 연화사 마당은 연등과 댕댕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런데 적막했다.
옴, 옴, 옴, 헌팅 들어
옴, 옴, 옴, DM 들어옴
착한 생각! 좋은 생각! 착한 생각! 좋은 생각!
착한, 착한, 착한, 착한, 착착착착착착착착
부처핸섬!
부처님 잘생겼다! 부처핸섬!
쇼미더 불교믿어!
부처님 잘생겼다! 부처핸섬!
쇼미더 불교믿어!
오늘은 외박하는 날
부처핸섬!
오빠 몇살? 관세음보살
너는 몇살? 문수보살
친구 몇살? 보현보살
진짜 몇살? 지장보살
착한 생각! 좋은 생각! 착한 생각! 좋은 생각!
착한, 착한, 착한, 착한, 착착착착착착착착
부처핸섬!
부처님 잘생겼다! 부처핸섬!
쇼미더 불교믿어!
부처님 잘생겼다! 부처핸섬!
쇼미더 불교믿어
음악이 흘렀다면 어땠을까? 둠칫둠칫 연등도 출렁이고, 대웅전 잘생긴 부처님도 어깨를 들썩이지 않으셨을까?
존재의 가벼움은 참을 수 없지만, 쓸데없이 세상 무거운 것들은 제발 좀 가벼워졌으면…
뉴진스님~ 형이 이제 불교는 못 믿어, 그런데 님은 믿어. 착한 생각, 좋은 생각만 할게~
불기 2568년 부처님 오신 날에 뉴진스님께 닭똥집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