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면 되게하라!?
특전훈! ‘안 되면 되게하라!’, ‘사나이 태어나서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노래도 부른다. ‘안 되면~ 되게하라~ 우리는 검은 베레~ 안 되면~ 되게하는~ 특전부대 용사 용사’
특전교육단에서 기본공수교육을 받는 내내 피로골절에 시달렸다. 그렇게 가슴에 낙하산 흉장이 붙으면서 부러질 거 같았던 정강이 뼈는 튼튼해졌다.
안 될거 같았던 강하는 분기마다 가뿐하게(?) 할 수 있었고 심지어 2년 후에는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특전용사를 밀어 내는(?) 강하조장 자격도 얻을 수 있었다. 안 되는 건 없었다. 안 되면 되게 했다.
증평에 있는 흑표부대에 전입 갔을 때, 건물은 텅 비어있었다. 부대원들은 모두 제주도로 훈련을 떠난 후였고 난 후발대와 함께 군용기를 타고 추가침투 했다. (나중에 따로 갔다...는 전술적 표현이다. 있어보이지?ㅋ)
조촐한, 정말 너무나도 조촐한 취임식 후에 일대일 면담을 요청한 팀 고참 중사는 팀 선임상사에 존중해 달라는 별로 공손하지 않은 부탁을 해왔고, 다음 날 축구 시합에서 발목을 겹질러 넘어진 난 계속 되는 슛과 패스를 피해서 깽깽이로 라인 밖으로 나와야 했다. 그 곳은 능력이 안되면 대접 받지 못하는 곳이었고 계급장은 능력에 포함되지 않았다. 나름 준비도 하고 뼈를 금 가게 하는 훈련에도 불구하고 내 체력은 평균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팀원들과 구보를 해도, 행군을 해도 늘 뒤쳐졌다. 안될거 같았다. 그래서 매일 아침 달렸다. 기회가 되면 달렸다. 6개월이 걸렸다. 팀원들과 동등하게 달리고 걸을 수 있었다. 안 되면 되게 하는 곳이 특전사요, 군대였다.
하지만 착각하면 안 되는 부분을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부대 예산이 충분치 않은데 강당을 짓는다든지(이건 당시 직속상관께 들었던 에피소드로 어떻게 강당을 지었는지는 상상에 맡긴다) 사격 훈련 시간이 충분치 않았는데 배정된 탄을 다 쓰라고 권유(?) 한다든지, 전술훈련 평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후배 참모장교에게 참교육을 시킨다든지 안 되는 일을 되게 하려던 노오력들... (뭐 10년 전 라떼다. 추억 꺼리도 안되는...)
그 당시 우리끼리 하던 농담들. ‘안 되면 대기하라!’, ‘안되면 퇴근하라!’
꼭 되어야만 하는 건 제도와 시스템을 고쳐서 되게 만들어야 하고 안 되는 건 안 되야 한다. 아직도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세상에 나와 살면서 악착 같이 안되는 걸 되게 하려는 분들께 한 말씀 올린다. 안 되면 퇴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