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따봉

20240614/금/맑음

by 정썰
#쌍따봉 #재미없어 #그만해 #MZ

이태원의 아침은 이국적이다. 아니 이국적이어야만 한다. 본사가 있는 도곡동까지 지하철로 50분. 9시부터 하루짜리 교육. 8시부터 제공되는 도미토리 조식을 포기하고 숙소를 나선다. 여행을 닮은 골목풍경을 한 컷 찍어가며. 어제 여행의 마무리.


교육이다. 친구들처럼 신임임원교육이 아닌 신입직원교육. 살짝 마인드세팅을 하고 강당에 일빠로 들어선다.


교육이라면 수없이 받았고, 심지어 이런 유의 교육을 진행한 경험도 있다. 강사님들께 배우려는 마음보다 평가하려는 꼰대정신이 부지불식간에 삐죽 솟는다. 이럴 땐 자성의 망치가 필요하다. 한 방 세 개 내려치고 경청 모드로.


강의에도 트렌드가 있고, 유행하는 진행방식이 시대에 따라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전개구조와 예측 가능하게 시대를 초월해서 인용되는 자료들도 있다. 하지만 오랜만에 접한 HRD 교육은 새롭다. 세월을 거슬러 반복된 내용도 새롭다. 두 분의 전문강사께서 진행한 무려 여덟 시간의 교육은 몇 가지 각성과 반성의 거리를 던져주었는데 특히 두 개가 인상적이다. 하나는 기억의 편집. 우리 기억의 많은 부분이 편집된다는 것. 교육자료로 인용된 방송의 한 꼭지는 열한 개의 단어들을 짧게 노출시킨 후 기억라게 하는 일종의 실험인데, 제시된 단어에는 문, 창틀, 유리창, 문지빙… 등이 있고 우리는(적어도 나를 포함한 다수는) 제시어에 없던 ‘창문’을 기억해 내는 기적을 일으킨다. 기억의 왜곡만큼 소름 돋는 기억의 편집. 그리고 또 하나는 쌍따봉. MZ세대가 쓰는 쌍따봉은 따봉×2가 아닌 그만하라는 의미라는. ‘놀면 뭐 하니?’라는 프로그램에서 이 밂을 듣고 망연자실한 가수 KCM의 표정은 웃음을 자아냈지만 그 이상의 교훈.


하나 더. 또 먹는 얘기. 구내식당 점심은 배가 아닌 가슴을 채웠고, 특별 만찬은 제공된 자연산 회가 메인이 아니었다는 충격과 함께 시차를 두고 한우스테끼와 라면, 그리고 디저트로 배를 채웠다.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시험도 교육도 조금은 버겁지만 그보다 더 새롭고 재미있다. 평생교육이다. 강사님들과 세프께 내 마지막 쌍따봉을. 청주행 버스는 수원을 지난다.


p.s. 체리따봉을 드릴 걸 그랬나? 또 정치 얘기…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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