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28/수/맑음. 아침공기가 선선해짐
낯설다. 아침 바람. 지연된 처서매직(處暑magic).
낯설다. 키보드. 손에 설어서 타이핑이 더디고 실수가 잦다. 키보드 자판은 동일한 패턴과 규격화된 것일진대 사람의 감각이란, 익숙함이란 참 무섭구나. 두 배 정도 넓은 공간도 낯설고, 길고 널찍한 쇼윈도도 낯설고, 조명도 낯설다.
오랜만에 지역 내 타 라운지 대체근무. 전문용어로 '땜빵'.
이런 소소한 불편함을 제하면 부잣집에 놀러 온 거처럼, 여행 온 거처럼 낯설어 좋다.
설다
1. 열매, 밥, 술 따위가 제대로 익지 아니하다.
2. 잠이 모자라거나 깊이 들지 아니하다.
무한반복되는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가보자 원대한 꿈을 꾸지만 쉽지 않다.
낯섦이 주는 여린 긴장감이 설렘이고, 낯선 풍경이 주는 신선함이 창의가 아닐까.
퇴근 무렵이다. 하루를 지내니 키보드도 손에 익고, 넓은 라운지도 눈에 익는다. 뛰어난 적응력.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은 참 낯설다. 유쾌한 낯섦이 아니라 혼란과 의문의 낯섦.
독도와 관련된 뉴스도 참 낯설다.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 낯섦이 아닌 낯익은 섬.
19:53. 퇴근 준비하자. 낯익은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