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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을 때, 우린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베프 혹은 브로

by 정썰

지난 명절에 친구가 카톡으로 선물을 보내왔습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받는다는 건 기쁘거나 부담이거나 둘 중 하나… 이 친구는 부담보다는 즐거움을 주는 편이고, 더불어 학창시절 기억을 소환해 줍니다.

아무 날도 아닌 날에도 불쑥 시집 한 권, 또는 음악 테이프를 내밀며 ‘나 밥 값 없다. 밥은 네가 사라’던 친구는 나누고 싶은 책이나 음악이 있으면 그렇게 자신의 용돈으로 내게 선물을 사주곤 했다. 지금은 그 때처럼 매일 만날 시공간적 제한 속에 살고 있지만 가끔 이렇게 스물 한 살의 친구로 날 찾아 와줍니다.

이 이야기를 아들녀석에게 해 주었더니 자기도 이런 낭만적인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며 부러워한다. 전화를 걸어 선물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전했더니 녀석은 ‘아들한테 네가 그런 친구가 되어주면 된다고 전해줘’ 합니다. 전혀 닭살스럽지 않은 건 친구는 그 시절에도 그랬고 지금까지 참 변치 않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거 같기 때문입니다. 이런 친구들이 내 주위에 많은 편입니다. 반성컨데 그런 친구들에게 난 좋은 친구가 아니다. 내 속을 다 내보이지도 않고 고민을 털어놓지도 않고 살았습니다. 나보다 다른 누군가를 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겁니다. 늘 내 중심으로 생각하고 내가 조금 더 높은 편에서 도와주거나 배려하고 싶어 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친구들이 먼저 다가왔고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주위에 친구들이 많았는데 과연 앞으로의 50년은 어떨까요? 흔히 말하는 전화 한 통에 노포에 함께 앉아 소주 한 잔 나눌 친구가 몇이나 남을까요? 혼자여도 두렵지 않은 시절을 살았다고, 아니 두렵지 않다고 억지부리며 지내왔는데 착각이었습니다. 삶의 반환점을 돌면 내 주위 친구들에게 받은 우정을 돌려주며 살아야겠습니다. ‘오~ 브로~’하며 그 시절 천진한 모습으로, 베프가 되어주겠습니다. 함께 있다는 생각만으로 두려울 거 없는 친구가 되어주도록 늘 신경 쓰며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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