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0/수/흐리고 비
첫째, 열매가 달뿐 아니라 많이 먹어도 사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더욱이 노인이나 어린이 모두 먹을 수 있다.
둘째, 감처럼 말려 먹을 수 있다.
셋째, 다른 과실과 달리 6월에서 서리가 내릴 때까지 오랜 기간 동안 맛있는 열매를 먹을 수 있다.
넷째, 무화과는 심은 후 1년 만에 열매가 열린다. (다른 나무들은 10년, 뽕나무와 복숭아도 빨라야 4~5년 이후)
다섯째, 잎을 약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여섯째, 서리가 내린 후에도 익지 않은 열매는 따서 절여 먹을 수 있다.
일곱째, 기근이 심할 때 구황식물로 적합하다.
쉬는 날. 콩나물밥에 마른 가지 볶음과 기름간장을 비벼서 저녁 뚝딱. 후식으로 무화과 일곱 개를 껍질을 발라 먹었다.
지난 토요일 순모임 간식으로 귤이나 살까 해서 들른 과일가게. 귤은 싸지도, 상태가 좋지도 않다. 낮에 대전 수통골 주차장 어귀에 펼쳐진 배추 한 포기와 함께 산 감말랭이를 올리는 걸로. 빈약하니 만주 한 상자.(과일가게라며?)
무화과는 쇼핑 리스트에 없었다. 무화과의 맛을 누구보다 잘 안다. 다만 비쌀 뿐. 유혹의 시작. 9900원짜리가 6900원.
물러터진 거겠지? 아니다. 알은 작지만 단단해 보인다. 그렇게 함께 집에 왔다.
중학생 때 이사 온 집 마당 화단에 무화과나무가 있었다. 바로 옆 수돗가로 다이빙을 하기도 했고, 손수 장독대로 올라가 따기도 했다. 손님이 오시면 대접하던 꿀템이었지만 귀하진 않았다. 여름철이면 진짜 많이 열렸다. 이웃에 나눠줄 만큼 넉넉했고, 받은 이들은 다들 좋아했다. 냉장고에 넣었다 먹으면 시원함과 달달함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바… 아니 무화과. 평생 한약을 지으신 외할아버지 모시고 살던 시절이지만 잎을 약으로 쓰는 건 몰랐다. 다만, 열매를 가지에서 딸 때 우윳빛 점액이 흘렀는데 작은 상처나 모기 물린 자리에 바르곤 했다. 엄마표 처방.
무화과는 꽃잎이 없는 안갖춘꽃이고,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는 단성화란다. 무화과 열매라고 부르는 초록색깔 열매가 바로 무화과 꽃이라는 걸 그땐 몰랐다. 입이 즐거우니 머리 따윈. 단백질 분해효소가 많이 들어 있어 육식을 한 뒤 무화과를 먹으면 소화를 도와준다는 것과 변비에 좋다는 건 지금 알았다.
성경에도 등장하고 클레오파트라가 즐겨 먹었던 무화과를 이렇게 다시 만났다. 추억은 덤.
부끄러움을 알게 된 이브가 사용했던 무화과잎. 이 세대에 열매도 유익하려니와 잎도 많이 필요할 거 같은데.
아니구나 우린 이미 부끄러움을 잘 모르고, 못 느끼고 살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