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1/목/흐리고 가끔 비
빨래 돌릴 거 없어?
지금 돌리려고?
응.
운동하고 내가 같이 돌릴게.
아내는 학원을 향했고, 어제 하루 게을렀던 몸뚱이는 농구공에 바람을 넣어 단지 내 지하 농구장으로.
생각 하나.
일을 계획할 때 단일 사건이 아닌 시간적, 인과적, 다중적 사건을 조합으로 하자.
농구할 결심은 지연된 어제다. 저녁에 돌아온 아내가 물었다. 농구했어?
아니, 당근 했어.
사실이다. 이삿짐 정리 후 당근 선고를 받은 몇몇 물건들 중 두 개를 팔았다.
농구해야지, 농구해야지 하다가 구매자와 약속 시간이 잡혔고, 농구할 시간과 겹쳤다. 농구가 밀렸다.
농구라는 단일 계획은 연관성 없는 다른 계획의 등장으로 밀렸다. 쉽게.
30분 혼농으로 몸을 풀고, 1층으로 올라가서 트레드밀 5Km/29분, 턱걸이+스퀏 약간. 돌아와서 샤워+운동복 초벌 세탁.
세탁기 안에서 먼저 기다리던 동료들과 함께 시원하게 돌려드리고 학원으로 픽업. 진천 ‘이월서가’까지. 계획 완수.
빨래를 하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농구를 먼저 해야 했고, 아내가 학원수업을 마치는 시간을 기준으로 서둘러 나갔던 거다.
(쓰다 보니 논리적 허술함이 너무 크다. 편집각.) NG! 다시 갈게요.
생각 하나.
혼자 농구하면서 문득(참 매력적인 단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농구 골대인 림의 내부 지름은 45.7cm(18인치)로, 24.1cm인 공보다는 약 21cm 크다. 던지면 다 들어갈 거 같은데, 현실은 왜 이리 각박할까?
지름의 길이가 45㎝인 림은 농구공과 90°를 이루면 지름의 길이가 24㎝ 인 농구공이 쉽게 통과한다. 60°가 되면 비교적 쉽게 농구공이 통과하지만 림이 둥근 원이 아니라 타원으로 보인다.
림의 중심에서 가장 긴 지름은 45㎝지만 가장 짧은 지름은 39㎝로 공이 들어갈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든다. 이루는 각이 30° 가 되면 가장 짧은 지름이 24㎝가 돼 농구공이 겨우 바스켓을 통과한다. 각이 이보다 작아지면 공은 무조건 림에 맞고 튕겨 나온다. (대한체육회 스포츠원 2016년 9월호, ‘점수 뒤에 숨겨진 스포츠 속 수학의 비밀’에서)
결론적으로 훈련과 연습을 통해 각도를 조절하면 슛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버뜨(but)… 이프(if)…
내 앞의 림이 규격보다 작거나, 내가 든 공이 다른 선수들의 공보다 크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무리 던져도 도무지 들어가지 않던 순간. 내 앞의 림이 너무 높거나 좁게 느껴졌던 순간. 내 공이 너무 크게 느껴졌던 순간들.
내 아이가 마주하게 될 림은? 내 아이가 받아 든 공의 크기는? 던지다 던지다 지치면 어쩌나. 최소한 림보다 작은 공을 얻어야 할 텐데.
30분이 흘렀다. 오랜만이지만 잘 들어간다. 폼나게 삼 점 슛으로 마무리하고 올라가야지. 안 들어간다.
열 번 가까이 던져 겨우 끝.
생각 둘.
평정심을 잃지 말자. 서두르거나 과도하게 힘을 넣지 말자.
생각 셋.
농구가 아니다 싶으면 빨리 종목을 바꾸자.
p.s. 혼농 : 혼자한 농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