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9/화/맑다 흐림
열두 시.
라운지 문에 점심시간 안내판을 붙여 걸어 잠그고 부모산으로 달린다. 4월 이후 본격적인 점심운동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아래위 모두 긴 옷을 입었다. 낮에도 춥다. 손이 시리다.
출근 전 알림 숫자를 지우기 위해 오랜만에 들어간 X. 드립이 포함된 사진 한 장에 픽. 웃고 말았다.
'드디어 이 짤을 쓸 때가 왔다', '손이 꿩꿩꿩, 발이 꿩꿩꿩' 사이 눈밭 위 꿩의 포즈가 딱이다. 움츠린 듯 올라간 날개쭉지와 뾰족하게 조심스러운 발끝이 정말 추워 보인다.
SNS나 게시판에 오른 본 사안보다 줄줄이 매달린 댓글이 한 수 위다. 리스펙트.
익살스럽고도 품위가 있는 해학(諧謔 : humor)의 민족이다.
30여분 달리다 걷다 정상을 돌아 내려오는 길에 입에서 계속 맴돈다. 손이 꿩꿩꿩. (발은 아직 괜찮다)
꿩 꿩 꿩 장 서방 새끼들은 많고 먹을 것은 없고
숟가락은 적고 어처크럼 사는가
꿩꿩 꿩 서방 젠네 집이 강께 뭣뭣 주던고
멩감도 가시라고 가리랑개 안 주네 (이건 뭔 말인지 도통 모르겠네)
고동 속에 불 넣다 붕알 타서 죽었다네
꾸엉 꾸엉 꾸엉 서방 아들 낳고 딸 낳고 무엇 먹고 사아나
앞밭에 가 콩 한 되 뒷밭에 가 팥 한 되 그럭저럭 먹고살지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반도 곳곳에서 '꿩의 생태와 특징을 포착한 후, 이에 의인법과 비유법을 원용하여 당대 민초들의 겪었던 지난한 삶을 노래한 민요'가 전해져 온다. '사실적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대상을 타자화함으로써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되는 삶의 고통을 완화하고 있다. 슬픔과 아픔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민중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문학사전(민요 편) 발췌.
힘들 때 웃는 게 일류라고 했다. 웃을 일만 있을까마는 웃는 일만 남은 거 같다. 잊지 말자. 유머, 위트, 품위.
뜬금없이 꿩타령 해봤다.
p.s. 잘 자~ 내 꿈 꾸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