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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다시 01화

#다시

입맛 다시다 다시 입맛 다시다

by 정썰

1. 하던 것을 되풀이해서

2. 방법이나 방향을 고쳐서 새로이

3. 하다가 그친 것을 계속하여

변곡점이 있었기에 '다시'가 있다. 아니, '다시'에서 비로소 변곡점이 생겼다.

물론, 위로 볼록한 곡선의 정점에서 시작된 '다시'였다면 좀 더 행복했을 거다.

그래야 바람직했다.

멈춤, 공백, 넘어짐, 좌절, 추락, 바닥, 그리고 끊김...(뭐가 더 있을까?) 다음에 들어갈 말은?

'다시'

난 '다시'를 택했다. 최선이 아닌 차선의 '다시'.

아니 어쩌면 이게 최선인 '다시'

그 '다시'의 범주에 가장 먼저 잡아넣은 것이 '쓰기'다.

사회적 관계망(SNS를 비롯한 거의 모든 연락)을 끊고, 구독하던 OTT를 끊고, 예배를 끊고, 보잘것없던 후원마저 끊고, 운동을 끊고 살다가 이제

화가 늘고, 술이 늘고, 폭식이 늘고, 통증이 늘고, 핑계가, 후회가, 원망이 늘어왔던 어제를 끊는다.


'다시' 살아본다. 오늘부터.


이름마저 바뀌어 낯선 앱에 들어가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라는 물음에 아무 생각 없이 '다시'로 다시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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