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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1212... 12... #서울의_봄, 겨울에 봄
ps. 난 9사단, 특전사, 수방사에 근무했고, 전속부관도 해봤고 하나회랑도 근무해봤고
어제자 포스팅. 오랜만에 극장에서 혼영을 했고, 예매 내용 캡처 사진과 함께 올렸다.
우연하게도 어제가 쉬는 날이었고, 우연하게도 아내의 멤버십 공짜 영화가 한 편 남아 있었고,
우연하게도 12시 상영 편을 잡아주었다. H10에 10분 일찍 자리 잡고 입장하는 관람객 수를 세어본다.
12명만 들어와서 관람하면 완벽할 텐데.(아쉽지만? 15분들과 함께 봤다.) 며칠 전부터 다시 일상을 공유한다.
SNS가 일상이던 시절이었다. 주로 사진 한 장에 실없는 농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어필, 헌혈, 달리기가 주된 메뉴. 가끔 값비싼 음식을 먹거나 고급스러운 장소에 가거나 하면 주방장 특선처럼 올렸다.(겸손모드로)
일상의 기록, 지인들과의 안부, 소통... 을 가장한 살기 위한 노력들, 잘 살고 있다는 자랑질.
어릴 적부터 주위에 늘 친구들이 많았지만, 사실 난 혼자 보내는 시간이 편하고 좋았다. (MBTI도 안다)
그런데 굳이 모임을 만들거나 일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찾아왔다. 15년의 군생활을 접고 영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소원했던 친구들과, 소개를 통해 만난 낯선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주는 새로움도 나쁘진 않았다. 좀 더 적극적으로 찾은 방법이 SNS였다. '친구요청'이라는 좀 덜 노골적인 방법으로 영업 대상을 찾으려 했다. 영업적 성과로 이어지는 일도 없지 않았지만 SNS도 일이 되는 느낌은 피곤했다. 그러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고비로 일상이 무너지고, 주 62시간 노동이 차지한 일상. 줄어든 여가와 새롭게 찾아온 질병. 헌혈, 달리기 마저 사라진 초라한 메뉴. 소재의 고갈.
포스팅을 하지 않아도, 휴대폰을 통해 매일매일 소식들이 올라왔다. 들어가 본다. 다들 잘 살고 있구나. 나만 빼고 세상은 참 잘도 돌아가고 있구나. 평범해 보일수록 날 더 우울하게 만들던 그 일상들. 그렇게 난 더 작아지고, 못나지고 있었다. '좋아요' 조차도 위선. 계정을 파낼까? 이미 가득 채웠던 프로필 방은 비운 지 오래다.
우연히 접한 '해롤드와 모드'(1987년부터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 온 연극, 80세 모드와 19세 헤롤드의 사랑 이야기)에 나온 대사에 멈칫했다.
"이 세상에 더 이상의 담은 필요 없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많은 다리를 만드는 일이야"
필요 없는 담을 세우고, 있던 다리마저 막아버린 시절.
이런저런 일을 겪고 맞이한 새로운 일상은 전과 같지 않지만.
제법 여유가 생긴 난, 다시 주절주절 포스팅을 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단다.
다시 재미있고 활기찬 이야깃거리가 많아질 거고 가끔(자주가 될지도 모르겠다) 영업을 위한 포스팅도 할 거다.
두 명의 동기들과 선배님이 댓글로 안부를 물어왔다. 그리고 난 두 번째 글을 포스팅하려 자판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