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6/목/흐리고 눈
이발 주기를 2주로 잡고 있다. 3주 만에 이발하러 갔다. 이사 전부터 다니던 옛 아파트 단지 내 남성전용 미용실로 차를 몰고. 가까운 곳에 즐비한 미용실을 마다하고 차로 5분 이상 거리를 감내하는 건 두 가지 이유에서다.
편안함. 단골이어서도 그렇지만 확실히 남성전용 미용실이라 원장님(실장님이 맞나?)이 알아서 일필휘지로 끝내주신다. 칙칙 분무기로 불 뿌리고 이발기로 시원하게 돌리고 가위로 마무리. 오늘도 채 15분이 걸리지 않았다. 저녁 7시에 갔더니 웨이팅이 없고 들어서서 셀프로 머리 감고 나오는 데 까지 물 흐르듯 깔끔하다.
가격. 여느 미용실에 비해 저렴하다. 이 미천한 놈의 머리카락을 잘라내는데 한 푼이라도 더 쓸 마음이 없다.
한 달이 즐거우려면 이발을 하고, 하루가 즐거우려면 면도를 하라고도 했고, 목욕을 하면 일주일이 즐겁고 이발을 하면 한 달이 즐겁다고도 했는데 적어도 2주는 즐거운 거다.
어릴 적엔 이발소만 찾았다. 엄마 따라 미용실에 가는 건 쑥스럽고 창피하기까지 했다. 대학 이후 미용실이라는 곳에 다녔는데 신세계였다. 공기부터가 달랐고, 머리를 감을 때는 높이뛰기의 배면 뛰기처럼 있어 보였다.
미용실(美容室)은 글자 뜻대로 용모를 아름답게 하는 곳이다.
이발소(理髮所)는 단순히 머리카락을 자르는 곳이다.
머리를 감고 거울 앞에서 말리면서 보니 애매하다. 용모가 좀 나아진 건가? 머리카락만 짧아진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쉬는 날 머리를 자르고 나면 뭔가 큰 일을 한 거 같아 뿌듯하다.
8천 원부터 다니기 시작한 단골 미용실은 주인이 한 번 바뀌고 오늘부로 가격도 1만 2천 원으로 천 원 더 올랐다.
미안해하시면서도 2천 원 올려야 하는데 단골손님들 생각에 참았다고 하신다. 몇 년 새 50% 올랐다. 내 미모는 그때에 비해 50% 줄어든 거 같은데.ㅋ
이제 동네 미용실하고 별 차이 안 나네. 가까운데 다녀도 되겠다.
아내의 권유에 고개를 저었다. 지조(志操)를 꺾을쏘냐.
그분은 오늘도 머리를 곱게 다듬어 올리고 법정에 섰다고. 언동을 보면 미용이 아니라 띠용이다. 머리를 다듬지만 말고 잘랐으면 좋겠다. 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