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1/금/맑지만 칼바람
아내 차가 리콜 대상이라는 통지를 지난주에 받았다. 아내의 차 운전석에 내가 앉고, 조수석에 아내, 그 뒤에 아들을 태우고 오전 열 시가 좀 넘어서 집을 나선다. 알바 통근버스 정류장에 아들을 내려주고 정비소로. 30분 정도 기다리니 정비가 끝났다. 뭘 어떻게 했다는 건지 엔지니어님의 말은 겨울바람처럼 뇌를 스치고, 뭔지 모르겠지만 차 상태는 전보다 나아진 느낌적인 느낌. 내면과 외면의 조화를 중시하는 아내의 요구에 따라 주유소를 찾는다. 주유로 할인받고 뜨끈한 물로 샤워를 받는다. 6천 원. 자동세차를 받을 때마다 감탄한다. 인간은 참 대단해. 어떻게 이런 물건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생각은 할 수 있다 쳐도 이렇게 편리한 제품을 만들어 냈을까. 목욕은 차가 했는데 배는 내가 고프다. 애매하게 점심시간. 지난번 쉬는 날 쌈밥을 먹고 나오는 길에 본 갈빗집 점심특선이 생각났다. 그새 주인장 마음이 변했구나. 아내의 플랜 B는 코다리. 근처에 맛있다는 코다리 전문 식당으로. 예상대로 만차다. 대기번호 10번. 아홉 번째. 그냥 갈까? 기다리자. 쉬는 날. 시간도 많은데. 한 30분 기다려 자리를 얻었다. 셀프코너에서 밑반찬을 가져다 먹으며 메인메뉴의 등장을 기다린다. 두부김치에 막걸리가 공짜라는데. 참을 수 없는 조합이지만 막걸리는 참아본다. 코다리 조림 맛있게 먹는 법. 김을 준비한다 - 밥에 코다리살 한 점과 양념을 슥슥 비벼준다 - 콩나물과 매콤한 간장, 청양고추를 올려준다. 하지만 난 맵찔이. 김을 접시에 깔고 코다리 살을 최대한 크게 한 점 올린다.(양념은 살짝 걷어내고) 콩나물만 올려서 한 입 가득. 양이 많아 보여서 밥도 생략. 맛있다. 그리고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코다리. 내장을 뺀 명태를 반건조시킨 것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 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랑 꼬리 치며 춤추며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가곡 오현명의 명태 가사 중)
내 앞까지 왔구나. 미안하고 고맙다.
명태를 부르는 명칭이 다양하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이리도 많을 줄 몰랐다.
생태(生太) : 말리지도 않고 얼리지도 않은 것. 즉 어떤 가공과정도 거치지 않은 생물 상태.
북어 : 내장을 버리고 말린 명태.
동태 : 얼린 것.
황태 : 명태를 잡아서 얼리고 말리는 것을 반복해서 3개월 이상 눈과 바람을 맞으면서 자연스럽게 건조한 것.
애태 : 새끼 명태.
왜태 : 성체지만 크기가 작은 명태.
꺽태 : 산란하고 나서 잡힌 명태.
난태 : 산란 전에 알을 밴 상태에서 잡힌 암컷 명태.
낚시태 : 낚시로 잡은 명태.
망태 : 그물로 잡은 명태. 그물태라고 부르기도 한다.
막물태 : 늦봄 마지막에 잡은 명태.
일태, 이태, 삼태,.. 십이태 : 어획 시기에 따라 부르는 명칭.
추태 : 가을에 잡은 명태.
춘태 : 봄에 잡은 명태.
원양태 : 넓고 큰 바다에서 잡은 명태.
식당 옆에 딸린 황금 카페. 공짜 커피지만 벽에 붙여 둔 자랑질 때문에 큰 기대를 걸고 종이컵에 하나씩 받아 들고 나왔다. 반모금 마시고 버렸다. 점심특선에 고급 커피까지 바라다니. 염치없기는.
‘황금코다리’라는 간판에 황금폰, 명태균이 엮인다. 정치병은 시도 때도 없다. 정치, 군, 경, 검, 어느 한 곳 빼놓지 않고 넘치는 추태. 리콜 중인 내 나라.
소화시킬 겸 식당 근처 무심천변을 걸었다. 칼 같은 겨울바람에 동태처럼 얼 뻔했지만 평화로운 점심. 평일, 아내와 먹는 점심은 늘 특선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