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집중하다. 어리석다 말하지 마라.
구독자 66, 관심작가 76, 글 470, 작품 17.
2023년 12월 8일. 다시 쓰기 시작했다. 뭔가, 아니 뭐든지 다시 시작해야 했고,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죽을 거 같았다. 아니, 죽어도 될 거 같았다. 실패를 인정하기 싫었지만 시나브로 난 루저(looser), 외톨이가 되어 있었고, 도무지 활로가 보이지 않았다.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신체적, 영적, 지적으로 완벽한 육각형 루저. 살아갈 이유는커녕 견뎌야 할 이유도 사라진 막막함. 찾아야 했다. 살아야 할 이유, 견뎌야 할 이유.
다시 찾아야 할 것들에 대한 다짐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아주 오래전 오랫동안 지속하다 오래전에 그만둔 그림일기 매일 쓰기를 일 년 동안 이어왔고, 지금은 매주 월요일 어쭙잖은 시를 연재하고 있다. 전적으로 브런치 덕분이다. 써야 할 이유를 만들어 줬고, 쓸 수 있는 장을 열어줬다. 생면부지의 독자들이 생겼고, 매주 2~30분의 독자가 '하트'를 눌러주시고 있다. 글감이 필요해서 주변을 살피게 되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쓰는 행위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떨쳐냈다. 연재일이 다가오면 긍정적 스트레스를 느꼈고, 마감시간이 가까워지면 말없이 집중하는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가상의 독자를 의식하며 글을 썼던 거 같은데, 2년 남짓의 시간 동안 좀 더 자유롭고, 솔직해졌다. 쓰는 건 언감생심, 잘 읽지도 않았던 소설에도 관심이 생겼고, 한 번쯤 써봐야겠다는 객기도 생겼다. 소설가라니. 어리석다 놀리지 말아요~, 수줍어서 말도 못 하던 것들이 글로는 된다. 그리고 말과 달리 일정기간(어쩌면 영원히) 남을 테니 글에 대한 책임감은 또 하나의 약속이 되고, 계획이 되고, 꿈이 된다. 난 오늘도 브런치에 연재를 하고, 계속해서 글을 올리고, 출간작가에 도전할 거다. 누가 아나? 언젠가 글로 먹고살 수 있을지. 아무튼 불치(不治)의 길치(癡)지만 글치(癡)는 면했으면, 괜찮은 글 한 줄 세상에 남기고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세상을 떠나는 그날에도 브런치에 글을 쓰고 갈 수 있으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