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타 #반추#자아성찰 #나다움 #정체성
매주 수, 금요일. 때론 마감에 쫓기면서 '누칼협?'("누가 그걸 하라고 칼 들고 협박하기나 했느냐, 그럼 하지 마"라고 조롱하는 유행어) 자문하기도 하고, 때론(한 두 번 정도) '오~' 자뻑하며 여유롭게 마지막 엔터키를 누르기도 했다. 주로 오래된 태블릿 들고 다니면서(얼마 전 생일 선물로 새 태블릿 받았다. 고마워 명) 때론 햄버거 가게에서 때론 커피숍 한 구석에서 틈나는 대로 글을 쓰고 지웠다. 왜?
짧은 기간, 급격한 상황의 변화로 시작된 진공의 시간에 마주한 낯선 모습. 적잖이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다.
이게 나라고?
눈 뜨는 매일 아침이 힘들고 막막했다. 가끔은 눈 뜨고 싶지 않았다. 매사에 의욕이 없고, 몸은 몸대로 아팠다. 혼술이 늘었고, 뱃살도 늘었다. 화가 가득했고 용암처럼 끓어오르다 나도 모르게 욕으로 새 나왔다. 역대급으로 가난했는데, 정신적 측면이 더했다. 숨고 싶었고, 침묵하고 싶었다. 이게 내 본모습인가 한심했지만 그냥 인정하고 싶기도 했다.
이건 내가 아니었다. 아니어야 했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어디까지가 진짜 나이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가? 가장 가까운 과거부터 더듬어보기 시작했다. 진공의 시작 전후로 내가 해왔고, 하지 않기 시작한 일들부터. 결국 행위가 ‘나’를 차지하는 부분이 컸다.
안 하던 짓을 하는 것보다 하던 짓을 안 하는 게 더 위험했다.
다시,
SNS에 포스팅하고, 달리고, 책 읽고, 여행 다니고, 헌혈하고, 그림 그리고, 틈틈이 공부하고, 봉사활동 해야 한다. 가끔 노래도 흥얼거리고, 늘 유머러스하고, 예배드리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루틴을 정해 꾸준하고 낙천적, 긍정적인 내 모습을 찾아야 했다.
그 다짐의 흔적을 남겨온 15주.
난 조금씩 날 되찾아왔다.
아직도 난 날 잘 모른다.
소양인으로 알고 살았는데 소음인이라 했고,
INFP인 줄 알고 살았는데 ENFP 같다고도 했다.
낙하산 타고 수없이 하늘에서 뛰어내렸는데 바이킹 끝자리가 무서워졌고,
부지런 끝판왕이라 자부하며 살아왔는데 아내는 결혼과 동시에 내가 게으른 놈인걸 눈치챘다고 했다.
결국, 찾아야 할 내 본모습은 과거에 있지 않고, 미래에 있다는 걸 알았다. 껍데기가 아니라 알맹이에 있다는 걸 알았다.
쉰이다. 천명을 알아야 할 시기를 고통으로 지나며 내 깜냥을 짐작하는 정도는 된 거 같다.
타고난 본질의 중력이 많이 약해진 틈을 타서 난 계속 변해갈 거다. 대기만성을 위안 삼아 나라는 그릇을 조금씩 넓혀가는 하루하루, 화려하지 않고 투박하지만 조금씩 넓어지고, 조금씩 깊어지는 매일매일을 살아내야지.
'네가 너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 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타타타, 김국환)
그래 재미있게 살자. 넘실대는 파도처럼 살고 싶었지만, 그냥 윤슬로 살자.
다시 나로 살자.
p.s. I hope you'd be someone's dreams come true(IVE IAM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