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낙관주의 #이상주의 #비관주의 #염세주의 #바람
“비관주의자는 바람이 부는 것을 불평한다. 낙관주의자는 바람의 방향이 바뀌기를 기대한다. 현실주의자는 바람에 따라 돛의 방향을 조정한다.” - '불행한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행복론 중.
낙천적인 편이다. 아내의 평은 지나친 낙관주의자. 진지한 편이었는데, 30대를 지나면서 진지함도 싫어졌다.(여기가 군생활 임계점) 가능한 가볍게 살고 싶었다. 어릴 적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달고 살았다. 어른이 돼서는 괜한 걱정 하지 않고 살고 싶었다. 그렇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쭈~욱.
적나라한 현실이 정신을 차리게 했다. 시작은 물싸대기 정도였는데, 결국 파도처럼 몰아쳤다. 현실의 바닥은 지하라기보다는 해저처럼 느껴졌다. 숨을 참고 살았다. 숨을 참았는데 감정도 차올랐다. 욕을 품고 살았다. 숨이 삐져나오듯 가끔 나도 모르게 새어 나왔다. 세상에 대한 불만보다 나 자신에 대한 화가 더 컸다.
언제 쌍욕이 튀어나오냐고? 'When you got to stop living up here and start living down here?' (에미넴의 불우한 과거와 더불어 성공한 일대기를 다룬 영화 ‘8 Mile’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 이그제끌리 롸잇(exactly right)!!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 다시금 현실에 적응해야 했고, 슬프게도 적응은 포기라는 도미노의 첫 조각이었다.
군복을 입고 지내던 시절, 월남전 참전 후 저술가로 유명했고, 당시 동티모르 대사로 계시던 대학 선배님과 이메일을 주고받을 일이 있었다. 흔히 말하는 쓰리스타(중장)로 전역하셔서 대사 부임 전 모교 전임강사로 강의를 하셨는데, 이메일에 그 당신 심경을 전해주신 적이 있다. 전역 후 모교로 출강하는 매일 아침, 아파트 10층에서 떨어지는 기분이셨다고. 전역 결심을 메일로 전했을 때 답으로 주신 글의 요지다. 그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4성 장군 이상을 기대했을 테고, 뜻하지 않은 전향이었지만, 그 정도의 낙차로 느껴졌을까? ’ 배부른 소리‘ 아닐까?
10미터 깊이 물속으로 가라앉은 기분이 이럴까? 난 성공한 장군이 아니어서 시점의 고도는 비할 바 못되지만, 난 물속으로 잠겼다. 물이 주는 공포와 절망. 호흡 곤란. 많이 아팠다. 몸도 마음도.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 욥이 떠올랐다. 욥기를 다시 읽었다. 위안을 받기엔 너무 멀었다. 그때 우연히 아내가 식탁에 올려둔 니체를 만났다. 마흔에게 권하는 책을 오십이 되어서야 읽었다. 세상이, 삶이, 현실이 너무해서 비난하고, 미워하고, 끝장내고 싶은 마음에 추임새를 줄거라 기대했다. 반전. ‘Amor fati.’,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사랑하라!’고 했다. ‘염세주의’의 역설. 살짝 배신감이 들었지만, 한편으로 한 번 더 경기장에 내보내준 감독님처럼 고마웠다. 니체 님.
‘아모르파티’. 연자누나의 노래는 대충 뭐, 나이는 숫자라느니 연애는 필수라느니 하는 가사가 들려 파티가 ‘party’인 줄 알았다.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류의 사랑 노래. 운명이던, 파티던 오늘을 살자, 두 발로 굳건하게 땅을 딛고, 고개 들어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걷자. '비현실적 낙관주의자'도 ‘비관적 현실주의자’도 아닌 ‘현실적 낙관주의자’로 살자. 부는 바람을 불평하지 말고, 바람의 방향이 바뀔 거라 살짝 기대하면서 돛의 방향을 바꿔가며 살자. 힘이 들고 귀찮아도 돛은 놓지 말자.
가방끈 긴(내 취향이다) 말자할매(개그콘서트 한 꼭지 '당바시' 메인 캐릭터, 끈을 길게 늘여 제작한 백팩을 메고, 아니 끌고 등장한다)처럼 자문자답 해결책을 제시해 본다.
Amor fati!! 자신의 운명을 사랑해 봐~ 그럼 매일이 party처럼 즐거울 거야~'
뿌왕빵 뿌왕빵 뿌왕빵 뿡빠라방빵~ 뿌왕빵 뿌왕빵 뿌왕빵 뿡빠라방빵~ 아모르파티~
선거철이다. 비관주의당 공천에서 떨어졌다. 다시 낙천이다.^^
p.s. 아내가 쇼펜하우어 책 한 권을 더 가져왔다. 이 책도 마흔에 읽으란다. 생각해 보니 마흔부터 진행형으로 살고 있었다. 이 책이 마지막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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