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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다시 27화

#루틴

#반복 #균형 #꾸준함 #나선 #숙달 #발전

by 정썰

반복적으로 무엇을 하느냐가 우리를 결정한다. - 아리스토텔레스


루틴의 사전적 의미는 '반복적인 일상'이다. 대수롭지 않게 느껴진다. 누구나 반복적인 일상을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루틴의 순기능,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례는 꽤 많다.

'수많은 예술가와 운동선수가 최상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고유의 행동과 절차를 반복하는 것을 루틴이라고 한다. 적절한 루틴은 글쓰기나 스포츠는 물론이고 업무와 학업에 임할 때에도 우리의 불안을 해소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집중력을 높여 준다. 무엇보다 하기 싫을 때에도 시작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게 만들어 준다. 덕분에 루틴을 활용하면 운동, 다이어트, 금연, 독서 등 작심삼일로 그치기 쉬운 일상의 결심을 얼마든지 완수할 수 있다.

일주일에 이틀은 확실한 루틴이 있었다. 새벽 4시 반 기상. 30분 반신욕. 시외버스 터미널 이동. 서울행(때론 남부터미널, 때론 동서울) 첫 차 탑승. 서울 지점에서 일하던 시절. 성공한(?) 세일즈맨의 그것에 비해 뭔가 많이 부족한 루틴. 전화하고 약속 잡는 루틴이 없었다. 새벽에 일어나서 이동하는 것은 반복이 가능했지만 후자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루틴은 이래저래 쉽지 않고, 그래서 루틴이 가져다주는 결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매일 저녁 정해진 시간에 한 시간씩 술 마시기 같은 루틴은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그마저도 쉽진 않을 거 같다.)


'빅토르 위고는 집필에 집중하기 위해 매일 차가운 얼음물로 샤워하고 이발을 했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는 60년간 꾸준히 일기를 썼고,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500 단어씩 꼬박꼬박 썼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새벽 4시에 일어나 글쓰기, 달리기와 수영, 독서와 음악 감상을 차례로 한 뒤 밤 9시에 잠자리에 드는 일과를 반복했으며, 스티븐 킹은 아침 8시가 되면 항상 같은 책상에 앉아 같은 음악을 틀고서 글을 쓸 준비를 했다... 테니스 스타 나달은 서브를 넣기 전에 엉덩이, 양어깨, 코, 귀를 차례로 만진다.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는 몸을 풀 때 항상 경기장을 반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돈 다음 뒤로 서서 S자를 그리며 활주 한다. 메이저리거 류현진 선수는 경기 전에 고온 사우나를 30분 이상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루틴의 힘 / 댄 애리얼리' 서평 중) 대가들의 루틴이다. 장, 단기 차이가 있을 뿐 효과는 입증이 끝났다.


다시 루틴이다. 매일 아침 7시에 눈을 뜬다. 침대에서 내려와 내 방으로 옮겨 간다. 스마트워치 알람을 끈다. 휴대폰 라디오 앱을 켜서 시사프로를 켠다. 의자를 뒤로 젖히고 잠시 눈을 감고 라디오를 듣는다(가끔 이러다 다시 잠드는 게 함정). 30분쯤 지나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무선이어폰을 페어링 하고 귀에 꽂는다. 운동가방을 챙겨 화장실로 간다. 구강청결제로 입을 헹구고 문을 나선다. 체육관에 도착. 실내 러닝화로 갈아 신는다. 트레드밀에 올라 TV를 켠다(켬과 동시에 음량을 '0'으로 줄인다. 뉴스나 여행 관련 프로그램을 눈으로 보며, 귀로는 계속 라디오를 듣는다). 어깨-목-팔-허벅지-종아리 순으로 각 10초 정도 스트레칭을 한다. '10.2km/h'의 속도로 5km 달린다.(이렇게 달리면 쿨다운까지 30분 정도 걸린다.) 내려와 잠시 숨을 고르고 철봉으로 간다. 턱걸이 4회 - 스퀏 35회 - 턱걸이 3회 - 스퀏 35회 - 턱걸이 2회 - 스퀏 35회 - 턱걸이 1회. 운동 끝. 이 루틴을 찾는데 한 달 정도 걸렸다. 이게 내 최소한의 건강유지 루틴이다.


다시 루틴이다. 월요일 '최강야구', 수요일 '골 때리는 그녀들', 금요일 '더 시즌즈 - 이효리의 레드카펫', 일요일 '개그콘서트' 시청(맥주 한 캔 정도 추가). 이건 릴랙스와 즐거움을 위한 루틴(방송사 사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다시 루틴이다. 주 3일 이상 운동하기. 운동 안 하는 날엔 30분 반신욕. 매일 출근 전 성경 읽기. 기도하기(아직 기도문 읽기, 암기가 목표). 점심 간단하게 먹고 설교영상 보기. 한 달에 한 권 책 읽기. 매주 수, 금요일 연재글 쓰기.


루틴에는 나선효과(spiral effect : 원래 경제학 용어로 임금과 물가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가 있다. 루틴을 구성하는 개개의 행위들은 위에서 보면 단순한 반복처럼 보이지만, 측면에서 보면 서서히 느껴지는 상승. 단, 텔레스형 말씀처럼 '무엇을 하는가'를 화두로 삼고 루틴을 개발하고 실천할 계획이다. 시시포스형 반복이 아닌, 즐거운 반복으로 조금씩 높아지다, 세상 소풍 마치고 돌아가는 날 아름다울 수 있도록.


p.s. 오늘이 생일이다. 1년 주기 루틴을 세워본다. 3월 8일 하루는 모두에게 친절하고 이유 없이 행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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