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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아영 Mar 03. 2019

학교란 곳에 가게되는 너에게

초등학생이 되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2월 오랜만에 눈이 온 날이었다.

아이들은 눈사람 만들기를 애타게 기다렸기에 신이 났지만 난 정말 출근하기 싫었다. 

원래도 눈, 비를 싫어하지만 요즘 몸이 너무 피곤하다. 


두진이에게 말했다. “엄마, 너무 출근하기 싫다 두진아.” 

두진이가 말했다. “엄마 부장님한테 전화해서 휴가 낸다고 해~” 


평소 아이들 준비가 늦어질 때마다 “황두진, 엄마 부장님한테 혼나~~ 얼른 이닦아라!”라고 해서인지 두진이는 가끔 ‘부장님’한테 안 혼났느냐고 묻는다. 


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출근해야 했다. 

두진이도 엄마랑 놀고 싶었는지 “부장님한테 전화해”하기에 “두진이가 지금 먹고 있는 밥, 오리고기 살 돈 벌러 회사에 가야해”라고 대답했다. 어느 육아서였나 회사 가는 이유를 ‘돈 벌기 위해서’라고 단순하게 답하지 말라고 했건만 그게 사실 제일 답하기 쉬운 답이다. 가만히 있던 두진이가 물었다.


“엄마, 회사에는 놀이터 있어?”

 풋 웃음이 났다. 놀이터는 무슨. 


“회사에 무슨 놀이터가 있어~”라고 대답하니 두진이가 다시 말했다. 

“회사는 진짜 재미없겠다.” 풋 그래 재미있으려고 회사 가는 것은 아니야. 그렇지만 회사 가는 것은 또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 두진이 네가 언제쯤 그 사실을 알게 될까? 일을 한다는 것의 다양한 의미에 대해서. 



아이는 여전히 가끔, 아무것도 모르는 양 내게 생각지도 못한 답을 준다.


두진이와 스머프 사다리 보드게임을 하던 날이었다.

내가 계속 꼴찌가 되자 "엄마 꼴찌 재미없어, 이제 그만할래"라고 말하니까

두진이가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니야. 최선을 다하면 되는거야." 


아... 아이야, 너는 이따금 엄마를 가르쳐주는구나.

만화에서 본 말을 통해 엄마를 감동시키는 아들, 이 아들이 학교에 간다.


내일 두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초등학교라니.

겁이 많아 잠에 들지 못했던 아기 두진이, 아기 두진이를 어르고 달래며 재우던 밤들을 어찌 잊겠는가!

그 아기가 이제 어린이가 되어 본격 한국 교육 시스템으로 들어간다. 


한국의 교육제도를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아이를 두고 나는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주 기초적인 것들에 신경써야 한다는 것도 두렵다. 자기소개, 받아쓰기, 더하기 빼기 등등. 불안해서 자꾸 아이를 붙잡고 ‘3 6 9 놀이’를 하자고 조르고 있다.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 것은 비행기 놀이지만. "두진아 이불에 떨어지면 낭떠러지에 빠지는 거야~" 내게는 재미없는 그 놀이를 조금만 같이 하면 활짝 웃는 아이. 


아이는 곧 소년이 될 것이다. 소년이 되면 나와 함께 노는 일을 재미없어할 것이다. 

그날을 생각하면 오늘 하루도 너무 소중하다. 


"아이야, 너를 만나고 엄마는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이 미세먼지의 세상에, 경쟁 구조가 공고한 땅에 너를 낳은 게 미안하지만 인생은 1할의 기쁨과 뿌듯함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닐까. 학교에 가는 것을 축하해.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길.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은 길을 찾아갈 수 있을거야. 슬프고 외로울 때, 힘들고 두려울 때 엄마는 언제나 네 뒤에 서 있을게. 엄마의 두려움을 네가 가져가준 만큼 너의 두려움을 엄마가 가져갈 수 있도록. 고마워 아들. 사랑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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