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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빛의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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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Aug 04. 2021

보통의 날들

종이를 무심코 넘기다 손가락을 살짝 베였다.

뜨겁고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나는 베인 손가락을 얼른 입에다 넣었다.

그리고 피가 얼마큼 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손가락을 뺐다.

피는 묻어나지 않았다.

피가 묻어나지 않았다.

이 장면은 내겐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내게 주어진 벌은 결코 이렇게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순수한 처벌.

순전한 고통.
아무런 악의없는 사각거리는 종이가 날카로워지는 동안 나는 외면하고 싶었다.

혹시라도, 정말 혹시라도 그것들이 무뎌지면, 난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을 텐데 하고 말이다.

보통의 날들.

보통의 시련.

나는 여전히 그 언저리에서 기웃거리고 있다.

여전히 나만의 처벌을 기다리며.

여전히 나만의 통증을 기다리며.

그렇게 , 마지못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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