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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빛의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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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Nov 29. 2022

불안의 색




아무 소리 없이 나부대는

손가락 몇 개를 집어다

바닥을 살살 긁어내면

주황색 껍데기가 벗겨져

가루가 쌓여간다



주황색의 가루에선

식은땀냄새가 옅게 풍긴다

어젯밤 한참을 뒤척인 탓일까

아무런 마음 없이

자꾸 주황빛의 불안을 긁어댄다

긁어낼수록 손가락이 닳아 간다



짧고 뭉툭한 손가락으로

저기 저 앞을 가리킨다

그 손이 참 초라해

다시 주머니로 집어넣는다

 


깨작깨작 긁어낸 잔여물들은

불순물이 되어 마음을 떠돈다

그리고 속에서 주황빛이 언듯 언듯 보이는듯 하다




아무런 말 없이

나를 긁어대니

주황색 각질이 우수수 떨어져 나간다

주머니 속 닳아버린 손가락이 부끄러워졌다

그날 저녁의 노을에서 나던

앙다문 입의 비릿한 냄새가  

부끄러운 것들을 꼭 쥐게 만들었다

다신 펴지 못할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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