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빛의 목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나 Dec 29. 2022

붉은 운명







붉은기가 동그란 찻잔을 감싸고돈다

찻잔은 미적지근한 온도를  품어내어

차갑게 식어갈 운명을 맞이하려 한다



새하얀 손이 찻잔을 감싸고돈다

찻잔은 다가올, 혹은 다가온 운명으로

입술을 적시려 한다



붉게 식어간 것들이

붉고 따듯한 것을 침범한다

그곳엔 오래된 장미가 놓여있다



삼켜낸 붉은말들은

목구멍에 들러붙어

식어간 것들을 다시 일깨워준다



한 모금 더 들이켜보니

이대로도 괜찮을 것도 같다

이대로 식어가도.

그렇게 많은 것들이 그립지는 않아

그래서 그런 것도 같다

그래서 붉은 것들을 또 비워낸다

입술에 맺힌 것들이

뚝뚝 떨어져 바닥을 물들인다

마침내 시야가 붉게 물들어온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안의 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