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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빛의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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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Jan 10. 2023

옷을 걸친 사람들


가녀린 소매가 휘날린다

새하얀 손목이 문득 드러난다

바람이 모든 걸 앗아간다

그가 떠난 자리를

눈 껍데기로 바라본다

아, 황망하다 할 듯도 싶다




스스럼없이 일어선다

결국엔 넘어질 수 있어서다

빠알간 피가

새파란 멍이

새하얀 피부에 베인다

시간은 그들의 색을 조금씩 앗아가며

이죽거리고 있다




사라진 꿈,

그것은 잔뜩 물러져서는

썩은 과일의 달큼한 향을 풍긴다

나는 그 꿈을 얼른 주워다

솜털이 남아있는

어리고 보드라운 볼에

갖다 대고 짓이긴다




다시 날리는 소맷자락

그 소리가 시야를 앗아간다

옷을 걸친 이들이

옷을 입은 이들을

원망스레 바라본다

 




눈을 감아버린다

어떤 원망도 하기 싫어서다

그저 바람에 날리고 날려  

희미해지길

언듯 언듯 떠올릴 뿐이다

한참 물기없는 허공, 그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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