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까만 숯덩이 위에 얹힌 나뭇가지.
때처럼 보이는 그을림이 시간의 단위를 말해주는 듯하다
언제나 연약했던 사람과, 마음, 상실,
그리고 침전물들이
취기 어린 목소리로 축축하게 불려져 왔다는 사실이
꽤 그럴듯하다.
웬 나비가 달려들어 나뭇가지 위에 발을 내딛는다
날개는 보드랍고 여려
열기에 쉽게 망가지고 말 것이다
무엇을 쫓아 여기까지 왔는지
의아해할 새도 없이
타들어가 사라져 버리는
거짓말 같았던 존재
나뭇가지가 딱-하고 소리를 내면
그 열기에 데어 뺨이 수채화처럼 붉게 물들어간다
과연 아름답지 않은가.
다 타들어간 나뭇가지가 남긴
불꽃들이 추는 춤이.
영원한 안식은 새까만 숯덩이와
나뭇가지의 그을음에 존재한다
그러니 얼른 함께 춤을 춘다.
그렇게 나비의 장례를 치르고선
손에 묻은 검댕을 바지에 쓱 닦는다.
아마 아무것도 아닌 세상에서
아무것도 아닌 채로 존재하고 있으리라-
그러니 더 이상 앓아낼 수는 없으리란 말을
잘근잘근 앓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