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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빛의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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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Feb 24. 2023

하루를 지어다




하루를 식혀다

한 모금 들이켰다

꿀꺽 삼켜내니

목구멍에서 얇은 비명이 들려온다  

게슴츠레 뜬 눈앞에선

빛과 먼지가 뒤섞여

왈츠를 추고 있다

목 뒤가 칼칼하다



하루를 접어다

바람에 태워 보냈다

매끄럽고 차가운 길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아슬아슬하게 날아간다

손 끝이 따갑다



하루를 감아올려다

어렴풋 한 곳에 올려놓는다

팔딱팔딱 날뛰는 꼴이

동공에 스며들어

비릿한 냄새가 보인다

눈가가 축축하다



하루를 지어다

몇 번을 해 먹어도

자꾸 배가 고파온다

어떤 하루를 지어먹어야 할지

알 수 없는 하루 속에서

그저 어깨만 으쓱해 보이며

연필 끝을 종이에 문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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