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식혀다
한 모금 들이켰다
꿀꺽 삼켜내니
목구멍에서 얇은 비명이 들려온다
게슴츠레 뜬 눈앞에선
빛과 먼지가 뒤섞여
왈츠를 추고 있다
목 뒤가 칼칼하다
하루를 접어다
바람에 태워 보냈다
매끄럽고 차가운 길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아슬아슬하게 날아간다
손 끝이 따갑다
하루를 감아올려다
어렴풋 한 곳에 올려놓는다
팔딱팔딱 날뛰는 꼴이
동공에 스며들어
비릿한 냄새가 보인다
눈가가 축축하다
하루를 지어다
몇 번을 해 먹어도
자꾸 배가 고파온다
어떤 하루를 지어먹어야 할지
알 수 없는 하루 속에서
그저 어깨만 으쓱해 보이며
연필 끝을 종이에 문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