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적 일어났던 것인지 모를 이야기다.
언제 적 추억했던 것인지 모를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갑자기 달아올라 뜨거워지는가 하면
쇠처럼 차게 식어가 멀찍이 지켜보기도 했던 그런 이야기.
밤이 되어 그을음이 세상에 덕지덕지 붙어있을 때
그때 핀 검붉은 장미 한 송이가
산들바람에 조금씩 흔들렸었다.
장미의 잎은 바람만큼이나 보드라워
둘은 금방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결이 같았기에.
하지만 장미의 줄기는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그곳에 달려있는 가시를 바람이 피해 갔기 때문이다.
외면당한 것들에 손 끝을 갖다 대면
장미 꽃잎만큼 검붉은 피가 동그랗게 맺힌다.
그렇게 밀어내는 가시에 다가간 그는 장미의 진실한 색과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나는 몇 명의 친구 혹은
색을 머금은 것들을 곁에 두고 있는가.
그것이 필경 중요하기나 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이곳을 떠돌기 위해
잡고 있는 끈 정도의 것 일뿐일까
알 수 없지만
자꾸 가시에 손을 가져다 대는 것은
아마 바람이 나를 피해 가는 것이
나름대로 속상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