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많은 것들을 흡수하기에는
이미 차올라 넘실대는 것들이
아슬아슬하게 찰방 대고 있었기에
그저 해파리의 모습을 한
'무언가'로 같은 곳을 맴돌았다.
부유하는 날들은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언제나 물살에 몸을 맡기는 쪽을 택했으니
아마 수많이 존재했었을
기억도, 질문도, 기대도
결국 아무렇지 않은 것들이 되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다
4월의 싱그러운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더 이상 느낄 수 없어진 이 순간
나는 고백한다
기억이 없는 곳에 잔뜩 머물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곳에 계속 머물 것이란 것을
마치 부유하는 해파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