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었다
그 시간
그 장소
그 숨결
내가 멎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던
그럼에도
유월의 청량한 숲에서
초록의 빛을 맘껏 따다가
투명한 동공 속에
잔뜩 넣어 두었다
거기엔 시간도, 장소도, 숨소리도 없었다
모두 멎어버렸으니
온 팔을 벌려
나무 사이에서 새 나오는 빛을
끌어안으면
나는 곧 이슬 속에 갇힌
초록의 무언가가 되어
안심하고 있을 터였다
한껏 가라앉아 버린 가슴을 내쉬며
그 장소
그 시간
그 숨결
나는 알 것도 같다
아니 내게 알려주는 것도 같다
유월.
그 어딘가 즈음에서
이렇게 초록을 한 아름 품고 있다고
맑게 빛나는 동공과
가라앉은 가슴이
예사로이 그 생기를 받아내고 있다고
아무도 모를 이름 없는 숲 속에서
나는 그렇게 살아가기도 한다고
그렇게 숨결을 다듬어 가기도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