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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빛의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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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Jun 08. 2023

유월의 숲


어김없었다

그 시간

그 장소

그 숨결

내가 멎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던



그럼에도

유월의 청량한 숲에서

초록의 빛을 맘껏 따다가

투명한 동공 속에

잔뜩 넣어 두었다

거기엔 시간도, 장소도, 숨소리도 없었다

모두 멎어버렸으니



온 팔을 벌려

나무 사이에서 새 나오는 빛을

끌어안으면

나는 곧 이슬 속에 갇힌

초록의 무언가가 되어

안심하고 있을 터였다

한껏 가라앉아 버린 가슴을 내쉬며



그 장소

그 시간

그 숨결

나는 알 것도 같다

아니 내게 알려주는 것도 같다



유월.

그 어딘가 즈음에서

이렇게 초록을 한 아름 품고 있다고

맑게 빛나는 동공과

가라앉은 가슴이

예사로이 그 생기를 받아내고 있다고



아무도 모를 이름 없는 숲 속에서

나는 그렇게 살아가기도 한다고

그렇게 숨결을 다듬어 가기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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