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지 않는다
평범한 물음이다
입이 버릇처럼 열린다
'안녕하세요'
그 뒤에 마땅히 따라올 단어들은
재빨리 생략된다
한 덩이의 말,
그를 위해 끌어다 모은 숨은
항상 적당하다
지나치는 법이 없고
모자라는 법이 없다
지나치는 법이 없으니
꽤나 그럴 듯 한 표정은 언제나 일정하다
살며시 올라간 입꼬리
미동이 없는 동공
껍데기를 서로 묻고 답하니
껍데기들이 자꾸 분주하다
마침내 엄밀한 고요가
분주함을 대신할 때가 오면
나는 애써 묻지 못한다
묻지 않는다
답을 알고 있어서다
그래서 그저 피부 아랫것들을
소모하고 또 소모한다
식어버린 피가 느리게 흘러간다
잠깐의 숨
잠깐의 말
잠깐의 거짓
마침내 지는 해의 빛이 흉을 가리키고
달의 차가운 빛이 그걸 동정하게 된다면
마주하는 거다
길고 긴
그 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