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없이 많은 말도,
끈질기게 감춰온 바람도
한 번의 우아한 곡선으로 인해
다른 운명을 맞이한다.
운명이 쉬이 베이는 종이의 끝자락처럼
무책임하고 매정한 것은 사실이며
따듯하고 환희로 빛나
거울에 반사된 사물 처럼 선명한 것 또한 진실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지금을, 오늘을, 내일을
내어 주어 버리고서 끊임없이 손을 내민다.
끝나버린 하루에
마침 손바닥이 비어버린 나는
안으로 돌아누워 짓눌린 생각들을 잘게 썰어낸다.
섣부른 물음들이 먼지 마냥 주위를 맴도는 동안
놓쳐버린 표정을 하고서는
다음의 곡선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