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

by 유나




정밀하게 다듬어진 크리스탈처럼

빛을 산란시켜

이미 아물은 어둠에 무심하게

반짝이는 것들을 흩트려 놓는

그런 종류의 것에 대한 동경.


검댕이 가시지 않는

초저녁의 어느 골목길에 서서

빨갛고 다정한 것을 발견하게 되면

나와 공명하는

친밀한 친구를 만나기라도 한 듯

함께라는 묘한 위로.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서서

새카만 하늘을 올려다보면

영원히 잠식되지 않을 것 같은

창백한 빛의 나열.

그리고 그것들이 나를 감싸 안아주리라는,

감싸 안아주고 있다는, 외로운 바람.

모든 것이 또렷하게 형체를 드러내는

백야 속에선

눈가에서 하얗게 부서져버릴

폭포 같은 빛의 향연에

오히려 시린 눈을 돌려버린다는 것이

썩 놀랍지 않은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그저 기억해내지 못했을 뿐.


그렇다면,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낡은 그림자를,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고야마는 밝은 부스러기들을,

우리는 '숨'이라 부르고 있는 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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