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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Aug 20. 2024

바람을 타고 돌아온다면



긴고 긴 밤그림자를 걷어내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손을 모아 시간을 조곤히 속삭이는 것.

귓바퀴에 매달린 한 두 세월이

힐끗 거리며 떠나는 바람에

말없이 실려나간다



바람 위를 스치듯 걷다 보면

흘러들어온 부스러기들이 발끝에 여오는데,

그것들은 줄곳 불려오던 낡은 노래처럼

목 언저리를 아리게 만들고는

쌉쌀하게 식어가다 사라지곤 한다



그 새 손에 꼭 쥐고 있던 것들이

미세한 틈을 찾아 모래알처럼 빠르게 흘러내리고,

이것들은 나중에야 알아차려질 것이란 걸

나는 금방 기억해 낸다 



발끝에서 차갑게 식어간 것들 중에

아쉽지 않은 것이 어디 있을까



손끝에서 흘러내린 것들 중에

허망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을까



찰나가 온 우주를 거쳐

바람을 타고 돌아온다면

그때서야 고개를 들고

추억이란 단어를 곱씹게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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