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고 긴 밤그림자를 걷어내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두 손을 모아 시간을 조곤히 속삭이는 것.
귓바퀴에 매달린 한 두 세월이
힐끗 거리며 떠나는 바람에
말없이 실려나간다
바람 위를 스치듯 걷다 보면
흘러들어온 부스러기들이 발끝에 채여오는데,
그것들은 줄곳 불려오던 낡은 노래처럼
목 언저리를 아리게 만들고는
쌉쌀하게 식어가다 사라지곤 한다
그 새 손에 꼭 쥐고 있던 것들이
미세한 틈을 찾아 모래알처럼 빠르게 흘러내리고,
이것들은 나중에야 알아차려질 것이란 걸
나는 금방 기억해 낸다
발끝에서 차갑게 식어간 것들 중에
아쉽지 않은 것이 어디 있을까
손끝에서 흘러내린 것들 중에
허망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을까
찰나가 온 우주를 거쳐
바람을 타고 돌아온다면
그때서야 고개를 들고
추억이란 단어를 곱씹게 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