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쇠줄에 올라타
몇번이고 휘적이는 이를 보았다
비릿한 쇠냄새가 역할법도 한데
그 품새만은 아슬하지 않더라.
안으로 굽어 곱추의 형상을 한 방관자는
어느 순간이 지나고서야
뒷통수를 긁고 지나가는 금속의 소리에
기다렸다는 듯 미간을 찌푸린다.
끼긱대며 레퀴엠을 연주하는 것들 위로
수천보, 혹은 수만보를 걸어왔을 그는
오히려 단 한 걸음만을 두려워 하더라.
게슴츠레 뜬 눈으로
구석구석을 살피다 보니
마찬가지로 구부러진 형상에
눈을 질끈 감아버리게 됐다.
그래도 어서 고갤 들어야 할텐데
두번의 한걸음을, 세번의 한걸음을,
또 떼어야 할텐데
어기적 거리다
그만 자리를 떠나려 하니
왠걸, 그가 나를 따라온다
무엇을 빚졌을까-
아차-
빛이 반복되는 것을 보니
거울을 새워놓았던게구나.
그러니 오로지 방관자가 되기엔
어서 가지 못했었구나
기어이 맺힌 상을 멀찍이서 바라보니
쇠줄을 단단히 딛지 못한것은
그 누구의 죄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사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