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나 Aug 26. 2024

방관자




녹슨 쇠줄에 올라타

몇번이휘적이는 이를 보았다

비릿한 쇠냄새가 역할법도 한데

품새만은 아슬하지 않더라.



안으로 굽어 곱추의 형상을 한 방관자는

어느 순간이 지나고서야

뒷통수를 긁고 지나가는 금속의 소리에

기다렸다는 듯 미간을 찌푸린다.



끼긱대며 레퀴엠을 연주하는 것들 위로

수천보, 혹은 수만보를 걸어왔을 그는

오히려 한 걸음만을 두려워 하더라.



게슴츠레 뜬 눈으로

구석구석을 살피다 보니

마찬가지로 구부러진 형상에

눈을 질끈 감아버리게 됐다.

그래도 어서 고갤 들어야 할텐데

두번의 한걸음을, 세번의 한걸음을,

또 떼어야 할텐데



어기적 거리다

그만 자리를 떠나려 하니

왠걸, 그가 나를 따라온다

무엇을 졌을까-



아차-

빛이 반복되는 것을 보니

거울을 새워놓았던게구나.

그러니 오로지 방관자가 되기엔

어서 가지 못했었구나



기어이 맺힌 상을 멀찍이서 바라보니

쇠줄을 단단히 딛지 못한것은

누구의 죄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사 깨닫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