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름 꺾은 풀이
옷깃에 초록 얼룩을 남겼다
그 얼룩이 떨떠름 하면서도
쉽게 쥐어 짜내진 못할 것이라
그냥 두기로 한다
한 걸음 디딘 곳이
절벽의 모서리에 가까웠다
휘청대는 몸뚱이는
어떤 저항의 형태를 나타 내니
그 모순을 이마에 새기고서
종종걸음 친다
생각해 보니
어제는 새파란 꿈을 꿨고
오늘은 명명하지 못할 날들을 수긍했다
그러니 시선이 어디로도 향하지 못하고
바닥에서 나뒹군다
다시,
눈앞에 펼쳐진 장면.
초록색의 얼룩은 지워지지 않았고
아슬한 절벽은 눈앞에 자리하고 있다
니는 바람의 끝자락을 부여잡고서
휘파람을 분다.
돌아오는 메아리가 허전하다
그탓에 섣부르다는 걸 알면서도
걸음을 뒤로 물리기로 했다
얼룩을 안고 벼랑 끝에 서 있기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그림자를 업고
정확히 바람의 반대방향으로 걸어갔다
마냥 노을이 지는 걸 기다릴 수는 없었기에
오늘은 옷깃이 날리도록 내버려 둔
그런 하루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