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롭스크의 택시 기사

러시아 하바롭스크

by 카렌

하바롭스크 역에서 향토 박물관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타고 보니 미터기가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미터기가 없는 택시가 흔했다. 무슨 이유로 그런지 이해할 수 없지만 일반 승용차가 택시 영업을 하는 것은 분명했다. 불안해서 내가 물었다. “거기까지 요금이 얼마죠?” 택시 기사는 해 맑게 웃으면서 왼손으로 핸들을 잡고 오른손을 쫙 펼쳐보였다. “50루블”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향토 박물관까지는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었다. 택시는 곧 목적지에 닿았고 나는 50루블이 없어서 100루블을 내밀었다. 그랬더니 그는 그게 아니라고 뭐라고 뭐라고 말했다. 그는 500루블을 원하고 있었다. 1000루블을 보여주자 식칼처럼 오른손으로 날을 세우더니 생선을 내리치듯 반도막 내는 시늉을 했다. “이거의 반이야.” “탕탕” 그렇게 몇 번 내리쳤다. 500루블은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500에 조금 더 보태면 하바롭스크에서 비로비잔까지 가는 기차표를 끊을 수 있다. 그곳까지의 거리는 170킬로미터 정도 된다. 이런 생각은 늘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흥정을 하지 않고 탄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300을 주겠다고 했다. 안된다고 했다. 400루블 주겠다고 했다. 안 된다고 했다. 나는 대개 흥정에 실패하는 편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옥신각신하는 것이 피곤하고 창피하기도 해서 1000루블을 주었더니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박물관 티켓을 끊고 남는 돈을 내게 줘. 나는 여기서 기다릴게.” 그가 가리키는 곳에서 티켓을 끊고 왔더니 그의 차가 보이지 않았다. ‘갔나?’ 내가 그렇게 생각할 때 눈 앞에 서 있던 차의 윈도우가 열렸다. “나야, 나!” 그가 나타났다. 그의 차 지붕에는 택시를 뜻하는 표지판이 있었는데 그게 없어서 못 알아 본 것이었다. 그는 자기 자리에 놓아 둔 표지판을 들어 보이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나야, 차가 좀 달라졌지? 표지판은 여기 있어.” 나는 그게 떼었다 붙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식 택시 기사가 아닌 사람들이 그렇게 영업을 한다고 했다.


그를 떠나보내고 나는 조금은 허탈해져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당했군.” 그리고 혼자서 싱긋 웃었다. 조금은 귀여운 수준이었다. 이스탄불에서는 지갑의 돈을 모두 빼앗긴 적이 있었고 태국에서는 뻔히 미터기가 보이는데도 5배의 가격을 집요하게 요구하던 기사를 만났다. 베트남에서는 빛의 속도로 올라가던 미터기를 보았고 내가 항의하자 요금이 내려가던 미터기도 보았다. 나는 방심하고 있었다. 러시아의 친절에 안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러시아 사람들 중 친절하지 않은 사람을 그동안 만나지 못했다. 장사꾼들마저 정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흥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내국인이나 내국인 모두에게 정확히 정찰된 요금을 받고 있었다. 내가 돈 계산을 잘 못하면 손바닥 위에 놓인 돈을 가져갔는데 나중에 계산해보면 정직했다.


제이와 나는 향토 박물관에서 만나기로 했다. 비로비잔 행 기차표를 끊는 동안 제이는 호텔에서 쉬기로 했다. 제이에게 전화를 걸어 택시를 타라고 했다. 단, 택시를 부를 때 호텔 리셉션에 부탁할 것을 당부했다. 어느 나라에서든 호텔에서 부른 택시는 사기를 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곧 한 택시가 내 앞에 당도했고 제이가 내렸다. 나는 내가 방금 당한 이야기를 하고 “얼마에 왔어?” 하고 물었다. “120” 하바롭스크역에서 향토박물관까지의 거리보다 호텔에서 여기까지가 조금 더 먼 거리였다. 하바롭스크 내에서의 택시 요금은 아무리 멀어도 150루블을 넘지 않는다고 나중에 누가 알려주었다.


비로비잔으로 갈 때 나는 역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그 택시 기사를 만났다. “나, 기억나죠?” 내가 묻자 그가 알겠다는 듯 쑥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웃고 있었지만 경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사진 한 장만 찍을래요?” 나는 제이를 불러 부탁했다. 그도 나도 다정하게 웃었다. “이 분이 그 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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