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롭스크에서 본 것 : 향토 박물관

러시아 하바롭스크

by 카렌

러시아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유럽과 시베리아, 극동이 바로 그 세 부분이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있는 지역이 유럽,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까지가 극동. 유럽과 극동 사이를 시베리아라고 부른다.


러시아는 유럽에서 시작했다. 시베리아와 극동은 러시아가 아니었다는 말씀이다. 유럽과 시베리아 사이에는 산맥이 하나 있다. 우랄 산맥이다. 아주 높고 험해서 이쪽과 저쪽을 단절시키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는 산맥이다. 시베리아는 우랄 산맥 저쪽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는 땅’이었다. 그곳을 흔들어 깨운 것은 이반 뇌제였다. 어느 날 그에게 한 장사꾼이 찾아온다. 장사꾼은 이반 뇌제에게 그 땅에서 모피를 구할 수 있다고 꼬드긴다. 모피는 그 당시 상류층의 사치품이었고 비싼 값에 거래되었다. 검은 여우 가죽 하나는 일반 노동자의 100년치 임금과 맞먹기도 했다. 이반 뇌제는 쉽게 그에게 넘어갔고 군대를 앞세워 장사꾼들을 보낸다.


이후의 과정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백인들이 했던 짓과 비슷하다. 원주민의 집을 습격해서 그들이 가지고 있던 모피를 빼앗았다. 말 안 듣는 원주민은 쫓겨나거나 죽임을 당했고 사로잡힌 이들은 사냥꾼이 되어 모피를 구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그들에게 적당한 임금도 주지 않았다. 과도한 요구에 원주민들은 점점 더 깊은 시베리아의 추운 겨울 속을 헤매야했다. 전염병이 퍼졌다. 러시아 군인들은 전염병균의 숙주였고 원주민들은 가벼운 감기 증상에도 픽픽 쓰러져 갔다. 유럽에서 온 군대는 아무르강을 따라 하바롭스크를 지나 극동으로 나아갔다. 사할린과 캄차크를 정벌하고 베링 해를 지나 알래스카에 도착한다. 이때 러시아의 영토는 유럽에서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까지 걸쳐진다.


하바롭스크 향토 박물관에는 아무르강을 젖줄로 해서 살았던 원주민들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그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짐승들과 공존했는지 어떤 집을 지었는지 재현한 방들이 있는데 내가 제일 놀랐던 것은 그들이 나와 같은 황인종이라는 것이다. 그들을 보는 데 수세기 전 우리 조상들을 만난 것 같았다. 몽골리안루트를 살펴보면 시베리아의 몽골인종은 북아시아를 거쳐 알래스카까지 갔고 내친김에 남하하여 남아메리카 고산지역까지 올라가 생활터전을 완성했다. 우리가 흔히 에스키모로 알고 있는 알래스카의 이누트족이나, 알류트족들도 모두 몽골인종이다. 그러니까 시베리아의 영토 확장 과정은 러시아인들이 몽골인종을 철저하게 노예화하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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