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의 브란
여자를 잡아다가 물에 던져 넣고 살아서 나오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있었다.
못 나오면 그만이고 살아서 나와도 여자에겐 별 소득이 없었다. 그게 마녀라는 증거니까. 마녀는 물을 싫어하고 물은 마녀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이 그 시절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그 다음 그들이 한 일은 여자의 재산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었다. 판사는 판결을 내릴 때까지 걸린 시간만큼의 일당을, 여자를 고문한 사람 역시 그 대가를 여자에게 청구했다. 고문에 필요한 도구를 사용한 값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 마녀로 지목되면 쉽게 혐의를 벗지 못했다.
사람들은 여자의 옷을 벗겨 몸에 남아 있는 흠을 마녀의 증거로 사용했다. 그들이 증거라고 주장했던 것은 우리들 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작은 점이라든지, 사마귀, 벌레 물린 자국, 흉터 같은 것이었다.
세세하게 살펴보기 위해 여자의 털을 밀어버렸다.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을 땐 다른 방법을 취했다. 바늘 같은 것으로 온몸을 찔렀다. 그러다 굳은살 같은 데서 고통을 느끼지 않는 여자를 보면 거기 악마가 입을 맞추었다고 몰아세웠다. 그런 곳도 없으면 쇠를 불에 달구어 손에 쥐게 했다. 아무렇지 않으면 마녀였고 고통을 느끼면 겨우 풀려났는데 어느 쪽도 마녀로 지목된 사람에게 유리한 것은 없었다.
외로워 키운 고양이 때문에 마녀가 되었던 여자도 있다.
대개 마녀로 지목된 사람은 돈 많은 과부이거나 노처녀들이었다.
어째서 그런 사람들이 마녀로 지목되었는지 지금은 알 수 있지만 그땐 다들 몰라서 모른 척 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몰랐을까. 그렇게 믿기엔 뭔가 찝찝하다.
브란 성에도 그 시절을 기념할 만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마당 한쪽 곁에 놓여 있는 큰 양팔저울이다. 근처 벽에 걸린 그림은 그것의 사용설명서가 되기에 충분했다.
사용법은 간단했다.
양팔저울의 한쪽 팔에는 돌덩이를 올려 놓았다. 그런 다음 다른 팔 한쪽에 여자를 앉게 했다. 돌보다 가벼우면 마녀였다.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마녀에게 영혼이 없고 영혼이 빠져나간 몸은 깃털처럼 가벼울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정말 영혼이 몸무게의 대부분이라고 믿었을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녀는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 수 있어야 하니까. 그렇게 믿었으니까. 그러려면 깃털만큼 가벼워야 한다.
- 저 돌보다 가벼운 사람이 어딨어?
내가 그 시절을 비웃자
제이가 말했다.
- 그것보다 마녀로 지목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 아닐까. 일단 마녀로 지목된 된 사람은 마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저기 앉았어야 하니까.
그러니까 제이의 눈에는 마녀를 골라내기 위해 양팔저울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돈을 뜯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그것이 사용되었을 거라는 것이었다.
길거리에서 몸무게를 재고 돈을 받는 장사꾼들이 떠올렸다. 그 사람들의 저울처럼 양팔저울이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맥이 빠졌다. 하지만 권력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손쉬운 방법이다.
- 분명 존재하지 않는 마녀를 탄생시켜야 할 이유가 있었겠지?
- 물론이지.
- 사람들은 불행해지면 원인을 찾으려고 하잖아. 어떻게든 원인을 찾아서 이해하려 하잖아. 페스트가 왜 왔는지. 자기 아이가 왜 죽어야 하는지. 그때의 지식으로는 풀 수가 없으니까 탓할 사람이 필요했을 거야. 마녀 때문이다. 쉽잖아.
사람들이 브란 성을 찾아가는 것은 블라드 3세 때문이지 마녀 때문이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가이드북에는 따로 블라드 3세에 대한 설명이 있지만 마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어떻게 살아도 권력자는 기록에 남는다. 10만 명의 사람이 마녀가 되어 유럽 대륙에서 사라졌는데 그들의 이름은 어디에 남아 있을까.
누가 브란 성에 간다고 하면 블라드 3세도, 마녀의 흔적도 꼭 보고 오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