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생각 : 나만의 비밀스런 목적지

by 카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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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 간다고 하자 누가 강릉에 있는 카페를 소개해주었다. 그가 소개해준 카페는 A. 거기만한 곳이 없다고 강조했다. 강릉에 갈 때마다 나는 안목 해변에 있는 B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두 곳은 비슷한 위치에 있었다. 하도 칭찬하기에 이번에는 A에 가보기로 했다. 그곳은 파란색과 흰색으로 디자인을 한 곳으로 예쁜 산토리니를 생각나게 했다. 하지만 그곳에 들어가서 내다본 풍경은 B만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나는 그의 조언이 그가 가본 곳 중의 하나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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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자주 다니다보니 '어디가 가장 좋았어'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예전에는 생각을 좀 하고 대답했지만 요즘에는 단번에 말한다. '최근에 방문한 곳이 가장 좋았어요.' 다녀본 여행지 사이에서의 우열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 대답이 내게는 가장 쉽다. 게다가 최근의 일이기 때문에 선명한 기억을 가지고 있어서 도움을 바란다면 돕기도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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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행에는 자신도 모르는 비밀스런 목적지가 있다'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여행은 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디를 가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도착해야할 목적지는 지도위에 존재하는 객관적인 하나의 지점이 아니다. 가이드북을 펼쳐서 그 중 하나의 도시에 방문했다고 치자 그 도시를 100명의 사람이 방문했다면 서로 다른 100개의 도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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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개 사람들이 갔던 곳을 따라 간다. 앞 사람이 당했던 방식 그대로의 패턴대로 사기를 당하고 비슷한 기념품을 따로 캐리어에 챙겨 공항을 빠져나온다. 열기구도 타고 보트도 즐긴다. 묵었던 호텔도 비슷하다. 여행을 하다보면 다른 나라 사람들도 사는 게 다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거기 왜 비밀스런 목적지가 없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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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을 하는 것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하기 위해서라는 말을 좋아한다. 이 말 역시 목적지 자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음을 상기 시킨다. 우리는 종종 목적지를 향해 정신없이 쏘다니다가 목적지에서 본 건물이나 레스토랑이나 성문이나 그런 것 말고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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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의 삶은 여행자에게 교훈을 준다. 그들은 목적지를 앞에 두고 오랜 시간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보낸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영혼이 아직 따라오지 못했거든요." 우리의 몸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우리의 몸은 너무나 피로해져 영혼은 아직 저 길바닥에서 해롱대고 있는지 모른다. 몸만 있고 영혼이 없는 장소에서 몸이 하는 일이란 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사진들은 모두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런 사진 속에서 특별한 경험이나 감상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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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딧세이아'에서 '오딧세우스'에게 신은 이렇게 조언한다. "너 오딧세우스여, 오딧세우스의 영혼이여, 네 고향 이타카에 집착하지 마라. 너의 항해가 곧 너의 고향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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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조언하고 조언받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어디에 가면 좋을까?" 이렇게 잘 묻고 자신이 가본 곳을 가리키며 "거기 가봐." 이렇게 말을 잘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우리는 한 번밖에 살아보지 못했다. 모든 곳을 여행한 사람은 아니다. 누군가의 조언이란 수없이 많은 길들 중 하나의 길에 불과하다. 누구도 그 이상일 수는 없다. 여행에 관해서는 누군가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좋지만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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