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이스탄불
내가 녹초가 되어 쓰러져 있는 동안 제이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대신 눈물을 흘렸다. 언제부터 흘렸는지 알 수 없는 물줄기가 손에 느껴졌다.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나 혼자 잘 잔 것 같아 미안하고 어젯밤 벌어진 일로 부끄러웠다.
내가 그런 감정을 내 비치자 제이는 위로해주었다.
- 괜찮아. 오히려 잘 된 일이야. 사람이 다치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했어.
그렇게 생각해주니 다행이었다.
남자답지 못했다고 실망이라도 했으면 어쩌나 걱정했다.
어젯밤 택시가 떠난 후 내 머릿속은 다시 하얘졌다.
무작정 걷자 침울한 얼굴로 제이가 따라 걸었다. 골목이 많았다.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야 할지 암담했다. 딱히 자일린의 집으로 향한 것은 아니었다. 상해버린 내 기분을 어떻게든 좀 풀기 위해서라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제이는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듯 망설이다 기어코 작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아?
그때서야 자일린의 집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가로등에 의지하여 자일린의 집 주소가 적힌 쪽지를 펼쳐보았다. 이곳 사람들이 주소를 어떻게 쓰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시, 구, 동. 이런 순서로 쓰는지 동, 구, 시로 쓰는지. 사실 어떻게 쓰더라도 그 이름의 생소함 때문에 근처를 지나더라도 내게는 먼 천국처럼 느껴질게 분명했다.
불 켜진 작은 가게로 들어갔다.
거기엔 두 명의 할아버지가 있었다. 서로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쪽지를 보여주고 할아버지 한 명이 가지고 있는 전화기로 그곳에 전화를 해달라는 행동을 했다.
통화를 끝낸 할아버지가 밖으로 나와 손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하지만 우리는 곧 여러 개의 골목 앞에서 멈추고 말았다. 이번에도 나는 불 켜진 작은 가게로 들어갔다. 거기 말이 좀 통할 것 같은 젊은이가 있었다.
- 여기 아시나요?
내 쪽지를 들여다보던 그가 그곳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할아버지처럼 밖으로 나와 방향을 알려주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 부디, 저희를 거기까지 데려다 주세요.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 가까워요.
그는 우리가 알아서 갈 수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 부디.
그러자 그는 우리와 함께 슬러시 눈을 맞으며 걸었다. 그의 말대로 금방이었다. 코너를 두 번 돌자 자일린이 문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밤새도록 제이는 돌아갈 비행기 편을 알아보았다.
이런 기분으로 여행을 계속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제이의 생각이었다.
나는 대꾸는 하지 않은 채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다. 잃어버린 것은 돈뿐인데 돌아가면 더 후회하지 않을까. 그러나 제이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 맞아 돈이 문제가 아니라 기분이 문제지.
- 근데.
돌아갈 비행기 편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할 수수료에 대해 말하던 제이가 말을 이었다.
- 우리만 이렇게 당한 건 아닌가 봐.
제이는 밤새 알게 된 불행한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