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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당한 이야기

터키의 이스탄불

by 카렌

제이가 찾아낸 이야기 중 하나는 우리가 어젯밤 겪었던 일만큼이나 불행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두 명의 한국 남자가 술탄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들에게 좋은 술집을 소개하겠다며 터키 남자가 달라붙었다.


친절하게 먼저 다가오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배낭여행자의 기본을 숙지했던 그들은 그 남자를 경계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터키 남자는 그들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들의 발길은 탁심으로 이어졌는데 터키 남자는 거기까지 따라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들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국 여행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만일 이 친절한 터키 남자가 우리가 생각하는 그렇고 그런 삐끼들 중 한 명이라면 이렇게 먼 거리까지 따라올 리가 없을 텐데. 삐끼들 사이에도 구역이라는 것이 있을 거야. 그러니까 술탄에서 영업을 하는 삐끼들은 탁심에서 영업을 할 수 없가 없어. 그랬다가는 탁심의 삐끼들이 가만 있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그때부터 터키 남자가 외국인에 관심이 많은 선량한 현지인처럼 보였다. 자기가 가야 할 방향을 바꾸어 이스탄불의 이것저것에 대해 설명해주는 그를 의심한 것이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출출해진 한국 남자들은 그에게 저렴한 식당이 어디 있는지 아냐고 물었다. 물론이라고 그가 대답했다.


그를 따라간 한국 여행자들은 저렴할 뿐만 아니라 맛까지 괜찮은 식당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그들이 거리로 다시 나왔을 때 터키 남자가 터키의 차를 맛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물론 현지인 가격에 먹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심 없이 두 한국인은 따라갔다.


짜이라 불리는 차를 시키자 카페의 분위기는 이상하게 바뀌었다.


문은 안에서 잠기고 커튼이 쳐지고 불이 꺼졌으며 머리 위에서 희한한 조명이 돌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나타난 여자가 옆에 앉아서 술 한 잔만 사 달라고 했다. 두 한국 남자는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문을 향해 일어났으나 곧 건장한 남자들에게 제지당했다. 들어왔으니 한 병이라도 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그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급히 맥주 한 병씩을 마셨다.


계산서가 나왔는데 우리 돈으로 이백만 원이었다. 모두 네 병을 마신 가격이었다. 한국인들은 여자가 마신 것은 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가격은 백오십이 되었다. 다음엔 가진 돈이 그렇게 되지 않는다며 지갑을 보여주고 호주머니를 뒤집었다.


- 너 카드 있잖아.


터키인이 말했다.


둘 중 한 명은 인질로 남고 나머지 한 명이 터키인과 함께 atm기로 갔다.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친구가 위험할 것 같아서 그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못했다. 돈을 챙긴 터키인들은 두 한국인을 데리고 여러 골목을 돈 다음 그들을 풀어주었다. 범죄현장을 기억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나니 어젯밤 우리가 겪은 일이 한층 가볍게 여겨졌다.


나의 슬픔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은 타인의 슬픔뿐이라는 하루키의 말이 떠올랐다.


결국 제이는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어젯밤 일은 잊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올린 여행자에게 댓글을 달았다.


힘내세요. 남은 여행 잘 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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