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침을 준비하다

터키의 이스탄불

by 카렌

자일린은 소파에서 자고 있었다.


나는 조심조심 부엌으로 향했는데 자일린은 자는 척 내가 무얼 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익숙하지 못해 접시를 건드려 깨뜨리자 그제야 잠에서 깬 듯 내게 말했다.

- 괜찮아요?

- 아, 예.

나는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에 말을 더 이었다.

- 이건 제가 변상하겠습니다.

- 괜찮아요. 치우는 건 제가 할게요.


자일린이 소파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


자일린이 일어나지 못하게 한 후 나는 손으로 접시 조각들을 주웠다.


에어비앤비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부엌이다.


우리는 부엌을 사용하기 위해 시슬리 모스크 주변까지 산책을 다녀왔다. 제이는 조심스럽게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찾았다.


- 내 옆에 바짝 서 있어. 이상한 사람 없어?


우리는 몇 군데의 현금지급기를 지나친 다음 사람이 없는 곳을 이용했다.

제이가 찾은 돈은 10리라. 우리 돈으로 5000원 정도였다. 그걸 찾느라 긴장하는 제이의 모습을 보며 나는 웃었다. 우리는 그걸로 일찍 문을 연 가게에서 빵과, 오렌지와 바나나를 먹을 만큼만 샀다.


부엌에는 시리얼과 사과 몇 개가 바구니에 담겨 있었다. 냉장고 문을 여니 우유와 계란 몇 개가 있었다.


계약서를 자세히 읽어보지 않아서 어디까지 가능한 지 알 수 없어서 물었다.


- 혹시 여기 계란 먹어도 돼요?

- 물론이죠.


어둠 속에서도 자일린의 미소가 보이는 듯했다.


싱크대 아래쪽에서 식용유를 찾아 계란 프라이를 했다. 그리고 바구니에 담겨 있는 사과 하나를 깎아서 접시에 담았다. 바나나는 잘 익지 않았는데 프라이팬에 구우니 먹을 만했다. 마지막으로 커피를 타서 제이가 누워 있는 방으로 조심조심 들고 들어갔다. 자일린은 곧 출근할 거라고 했다.


노란 방이었다. 책상 위에 놓인 스탠드가 방을 그렇게 만들었다. 더 없이 차분하고 맑은 새벽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경건한 느낌도 있었다. 어젯밤엔 불행했지만 오늘 새벽은 행복했다.


제이는 베트남에 있는 친구에게 어젯밤 당한 일을 문자로 알렸다.


그 친구도 베트남에서 당했던 일을 알려왔다. 세움이라는 오토바이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해서 요금을 지불하려고 돈을 꺼냈는데 손에 쥔 돈을 모두 거머쥐고 기사가 달아나버렸다는 것이다. 그도 분해서 며칠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택시 기사들에게 당한 몇 개의 이야기를 더 늘어 놓았다.

제이는 주고받은 문자들을 내게 보여주었다.


- 전 세계 택시기사들은 왜 그래?


항의조로 제이가 문자를 보냈는데 그 친구가 이렇게 답했다.


- 택시 요금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들어서 그래.


무척이나 그들을 이해한다는 투여서 우리는 웃었다.


사실 택시기사에게 우리가 당한 방법은 새로울 게 없는 거였다.


100유로를 주었는데 10유로를 받았다고 우기는 택시기사들에게 어쩔 수 없었던 이야기는 여행카페에 흔했다. 카페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술집으로 변신해버렸다는 이야기도 전혀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민담처럼 사기의 수법들이 전 세계적으로 유사성을 보인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외국인들끼리 만나서 서로의 수법을 전수해 주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터키에서도 영국에서도 불가리아에서도 똑같은 방법을 똑같이 사용해도 계속 당할 수밖에 없는 게 여행자들의 운명 같았다. 여행자들이 계속 당하니 똑같은 방법을 계속 사용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매거진의 이전글사기당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