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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 계절

터키의 이스탄불

by 카렌

비가 내리는데도 우산을 쓴 사람은 드물었다.


자일린의 집에서 가지고 나온 우산이 망가지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바람 때문이었다. 우산이 뒤집히지 않도록 바람을 조심하는 것보다 우산 없이 걷는 것이 오히려 편했다.


- 이런 말 알아? 비가 올 때 우산을 씌워주는 친구보다 함께 비를 맞아 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


비옷을 입었지만 우리는 함께 비를 맞고 있었다.

이번엔 제이가 물었다.

- 슬픔을 함께 나눌 줄 아는 사람이 좋은 친구일까, 좋은 일을 함께 기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좋은 친구일까?

- 둘 다 좋은 친구 아냐?

내가 대답했다.


- 둘 중에 하나만 고르라면?

- 함께 슬퍼해줄 수 있는 사람.

- 땡. 정답은 함께 기뻐해 줄 수 있는 사람.

- 아니, 왜?

- 사람은 동정하기는 쉬워도 시기하지 않기는 어렵거든.

- 그래? 그런가.

내가 조금 생각하는 듯하자 제이가 자신의 체험을 말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의 일이었다. 그녀의 선생님이 어느 날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 한 명씩을 불러 이런 질문들을 연속해서 던졌다고 한다.


- 슬픔을 나누면 절반이 된다, 는 말을 들어 본 사람?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 는 말을 들어 본 사람?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된다, 는 말을 들어 본 사람? 기쁨을 나누면 시기가 생긴다, 는 말을 들어 본 사람.


이 질문에 학생들은 예, 아니오 로 대답했다. 그 다음 선생님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 어느 게 맞는 것 같아? 슬픔을 나누면 절반이 된다.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된다.


아이들이 머뭇거리자 또 질문했다.


-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 기쁨을 나누면 시기가 생긴다. 어느 게 맞는 것 같아?


아이들이 대답을 하지 않자 선생님은 제이를 불렀다.


- 넌 친한 친구가 있니?


그 질문에 아이들이 웃었다.


- 예.

- 이 교실에 있니?

- 예.

- 가리켜 봐.


제이는 가까이 있는 친구를 지목했다.

그 친구에게 선생님이 물었다.


- 제이가 남자 친구랑 헤어지면 넌 제이를 위로해 줄 수 있지?


친구가 예,라고 대답했다.


- 어느 날 제이가 새 남자 친구가 생겼다면서 장동건을 데리고 왔어. 넌 진심으로 기뻐해 줄 수 있니?


친구가 망설이자 반 아이들이 웃었다.


잠시 후 그 친구가 대답했다.


- 경우에 따라서 달라요. 제이의 새 남자 친구가 제 남자 친구보다 훌륭하지 않다면 진심으로 함께 기뻐할 수 있죠.


아이들은 웃었고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 명답이네.


- 넌 어떤 사람이니? 슬픔을 나누면 절반이 된다고 믿는 사람이니, 아니면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생긴다고 믿는 사람이니.

- 전자를 믿어야 할 것 같은데 후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 맞아. 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제대로 당해보지 못한 사람이야. 아니면 운 좋게 순수한 사람들이거나. 앞으로 나이들 수록 우리는 후자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클 거야.

플로브디프로 가는 야간 버스를 예약했다.


몇 가지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지만 새벽에 도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밤 늦게 도착한다면 잠 잘 곳을 마련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사실 어둠 속에 던져지는 게 두려웠다. 새벽 다섯 시, 이른 도착이라 생각하지만 터미널에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것이 두려움에 뜨는 것 보다 나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