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불가리아
국경을 넘을 때 두 번의 검사가 있었다.
한 번은 터키 쪽에서 한 번은 불가리아 쪽에서.
검사 전 버스에 탄 승객 모두는 여권을 차장에게 건네주었다.
터키 쪽에서 검사할 때 흑인 한 명에게 문제가 생겼는지 그걸 해결하기 위해 차장이 이리저리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결국 흑인은 버스에서 내려 사무실로 들어가야 했다.
비교적 검사는 허술해 보였다. 버스 옆구리에 들어간 우리 짐을 꺼내지도 않았다.
- 둘이 안 친한 걸로 아는데 짐 검사가 허술하네.
불가리아와 터키의 관계를 생각해볼 때 조금 이상해 보였다. 불가리아는 500년가량 터키(이때는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다가 1908년에야 완전히 독립한 걸로 알고 있다. 지리적으로 터키와 가까웠기 때문에 발칸 반도에서 최초로 터키의 지배를 받았고 마지막으로 독립을 해야 했다. 불가리아에게 터키는 불명예를 안 겨다 준 셈이다.
그래서인지 불가리아인들은 터키인의 빵을 가지고도 시비를 건다.
- 터키인들이 배가 많이 나온 건 이스트를 많이 넣은 빵 때문이에요.
터키인들 역시 납작한 불가리아 빵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불가리아에서 터키로 넘어오는 반대쪽의 검문은 조금 더 철저한 것 같았다. 일일이 짐을 내려 꼼꼼히 검사하는 것이 보였다.
- 저쪽은 왜 저러지?
혼잣말처럼 묻자 제이가 말했다.
- 돼지고기 가지고 오는가 보는 거겠지.
세속 국가이긴 하지만 이슬람 국가인 터키에서는 돼지고기를 먹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터키에 유학 중인 외국인들은 돼지고기가 먹고 싶을 때 불가리아로 국경을 넘어간다. 오직 바베큐 파티를 위해서.
버스는 우리를 면세점에 세워주었다.
깊은 밤이라 점원들은 퇴근하고 없었다.
우리는 화장실을 이용하기로 했다. 거기도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화장실 앞에 남자 직원이 지키고 앉아 우리에게 1리라씩을 받았다.
다시 버스로 돌아가는데 바람이 칼처럼 날카로웠다.
불가리아 쪽에서 검문을 받을 때 제이는 검사관 앞에서 오랫동안 서 있어야 했다.
나에 대한 검문은 금방이었다. 걱정이 되어 제이 쪽을 한참 보고 있었다. 제이 옆에서 세 명의 흑인들이 따로 집요하게 검문을 받고 있었다. 설마,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문하는 남자와 제이는 뭐라고 계속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제이는 떨지 않고 또박또박 이야기를 잘 하는 것 같았다.
마침내 제이가 검문을 통과하고 내게로 돌아왔다.
-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오래 나눠?
- 별 일 아니었어. 어디에서 왔느냐? 남자 친구는 있느냐. 불가리아는 처음이냐. 도와 줄 거 없느냐. 뭐 그런 질문들을 하기에 정확히 이야기해 주었지. 동양 여자, 그중에서도 한국에서 온 여자는 처음 봤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