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브디프
새벽 5시 30분이었다.
겨울 밤 거리는 깜깜했다.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빛이 나오고 있는 터미널로 들어갔다. 다행히 안내원 둘이 앉아 있었다. 나는 우리가 가려고 하는 숙소의 주소를 적은 종이를 보여주었다. 내가 영어로 말하자 그들은 내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서도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주지 않았다. 그래도 시끄럽게 물어대자 여자가 무조건, 노,라고 대답했다. 노. 노. 노. 그래도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들은 내가 내민 종이의 글자들이 영어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제이가 알려준 주소를 정확히 키릴어로 받아 적었다.
오해가 풀린 후 그녀들 중 한 명이 내 종이 위에 약도를 그려 주었다.
- 가까운가요?
나는 한국말로 그렇게 물었다. 그랬더니 여자가 무척 가깝다는 듯한 몸짓을 했다.
우리는 터미널에서 기다리기보다 찾아가보는 쪽을 선택했다.
어둠은 깊어가지 않고 사라져갈 것이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걸으면서 사람들에게 주소와 약도가 적힌 종이를 보여주고 물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캄캄한 거리엔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감으로 이쪽이겠지 하며 몸을 틀었다. 조금 가다가 갈림길이 나왔다. 점점 우리는 가는 길에 대한 확신을 잃고 있었다.
- 돌아가자. 터미널로 가서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고 다시 나오자.
제이는 내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돌아가는 길에 한 남자가 장사를 시작하려고 가게에 불빛을 넣고 있었다. 아무런 기대없이 길을 묻기로 했다. 남자는 주소를 보더니 밖으로 나와 손가락으로 오른쪽을 가리키며 손가락을 살짝 구부렸다. 무슨 말인 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몇 미터나 그렇게 가야 할지 몰라 용기가 나지 않았다.
- 그 집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나는 영어로 더듬 더듬 그렇게 물었다.
남자는 내 눈을 잠시 보더니 손가락으로 주소에 적힌 숫자를 가리켰다. 29. 그리고 자신의 가게 유리 문 위를 가리켰다. 거기 3이라고 적혀 있었다.
남자가 뭐라고 뭐라고 불가리아 말을 했다.
나는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3 다음은 4, 4 다음은 5 라는 것이겠지. 길을 걸으면서 건물의 벽을 확인했다. 정말 그 숫자대로 집이 이어져 있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주인이 밖으로 나왔다.
잠을 자는 사람이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우리를 안내했다. 두 개의 침대가 놓여 있는 방은 첫눈에 마음에 들었다. 이곳만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그런 방이었다.
- 너희들이 예약한 방은 11시에나 들어갈 수 있어.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알려줄게.
- OK.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