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의 플로브디프
전통 가옥이라서인지 바닥을 디딜 때마다 나무 삐걱이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도 정겨웠다. 주인이 나가고 나는 복도에 있는 홍차를 타서 들어왔다. 우리가 코끼리라고 부르는 고무 물주머니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워 제이의 다리에 올려놓았다. 나는 배낭을 열어 어제 먹나 남은 빵 봉지를 꺼내며 말했다.
- 사막에 낙타를 몰고 소금을 캐러 가는 어느 나라의 사람들은 소금을 캐고 돌아올 때까지 하루 종일 빵만 먹는대. 동그란 빵 하나를 가지고 가서 절반은 갈 때 먹고 절반은 올 때 먹고. 내가 그걸 보면서 인간이 어떻게 빵만 먹고사나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지. 그런데 우리는 홍차도 있으니 무척 부자가 된 느낌이야.
나는 봉지를 찢어 빵을 열어 보였다.
내 말을 제이는 부정하는 것 같지 않았다.
- 이런 말 알아?
내가 물었다.
분홍빛 마카롱을 집으면서 제이가 되물었다.
- 무슨 말?
- 평화란 손 강변에서 당신과 함께 마른 소시지와 시골 빵을 덥석 깨물어 먹는 동작이 의미 있는 일들이 되는 것.
- 누구 말이야?
- 생텍쥐페리.
- 지금 이 순간 꼭 어울리는 말이네.
제이가 칭찬을 한 다음 내게 물었다.
- 근데 누구한테 한 말이야?
- 어린 왕자, 읽어봤지? 거기 서문에 '어린 소년이었을 때의 레옹 베르트에게' 그 책을 바친다고 썼잖아. 바로 그 레옹 베르트에게 한 말이야.
나는 조금 더 어린 왕자에 대해 소개했다.
- 레옹 베르트는 유태인이었는데 프랑스를 점령한 나치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어. 망명 중이었던 생텍쥐페리는 그 친구를 생각하며 어린 왕자를 썼지. 그래서 어린이들에게 용서를 빌면서 이렇게 말했어. 그 친구는 춥고 배고픈 처지에 있고 위로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그래도 아이들이 섭섭해한다면 어린 왕자는 지난날 어린 아이였던 그에게 바치겠다고 했지. 그래서 서문의 끝 문장이 '어린 소년이었을 때의 레옹 베르트에게'가 된 거야.
- 아, 멋지다.
빵을 다 먹고 차 한 잔을 마시고, 난로를 켜 젖은 신발을 말릴 때 제이가 질문을 던졌다.
- 이 집의 나이가 얼만지 모르지?
- 모르지.
- 백 살.
- 아, 많네.
- 이 집 주인은 이 집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거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