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의 플로브디프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숙소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세련미나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소박한 식당이었다.
배를 채우는 데는 문제없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빵 몇 조각과 계란 프라이 하나, 가능하다면 바나나 하나 정도였다.
나는 먹는 것을 별로 밝히지 않았다. 제이도 그런 것에 잘 적응했다. 우리는 그때의 주림을 견딜만한 정도의 음식을 바랄 뿐이었다.
내가 손가락으로 음식을 가리키자 여자가 그것을 접시에 담았다. 그리고 저울 위에 올렸다. 접시의 무게를 뺀 만큼 돈을 받았다.
저렴한 이 식당에도 불가리아의 대표적 음식은 다 있는 것 같았다.
토마토와 오이, 양파, 파슬리 등을 잘게 자른 다음 섞어서 올리브유로 드레싱을 한 샵스카 샐러드, 후추와 소금 등으로 간을 한 떡갈비 모양의 케바프체, 견과류를 넣어 만든 요구르트 수프인 타라토르 등등. 고급 식당에 가면 꽤나 비쌀 것들이 무척 착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버섯을 넣어 죽처럼 만든 밥이 나는 가장 마음에 들었다. 다른 건 솔직히 입에 맞지 않았다.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서 계란 프라이가 있냐고 물었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제이 쪽을 돌아보며 기쁜 소식을 알리려고 했는데 내 귀에 노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그때 나는 불가리아와 우리의 반대되는 습관 하나를 기억해냈다.
불가리아 사람들은 예스라고 말할 때 고개를 끄덕이고 노라고 말할 때 가로 젓는 세계 공용어를 지키지 않는다.
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노라고 말하고 가로 저으면서 예스라고 말한다. 이런 예외적인 언어를 가지게 된 데는 여러 가지 학설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종교와 관련된 것이다. 이슬람을 믿는 오스만 제국의 황제가 불가리아를 점령하고 정교회를 믿는 왕에게 칼을 들이대며 개종을 강요했다. 자신의 종교도 지키고 목숨을 구하고 싶었던 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노,라고 말했다. 그때부터 이 청개구리 언어가 불가리아 사회에서 통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는 제이 쪽으로 돌아가 앉아 그걸 연습해보았다. 제이가 질문을 던졌다.
- 이 음식 맛있어?
- 아니,라고 말하면서 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곧 나는 불가리아식으로 대답하는데 익숙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