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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술

불가리아의 플로브디프

by 카렌

한 남자가 맥 병을 들고 우리 테이블로 다가와서는 베트남 사람이냐고 물었다.


우리가 대답을 하지 않고 머뭇거리자 다시 물었다.


- 사이공에서 왔니?

약간 술에 취해 있었지만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영어도 조금 할 줄 알았다.


- 한국에서 왔어요.


라고 말한 다음 이어서 물었다.


- 아침부터 술이에요?

- 아, 난 괜찮아. 지금은 일하는 시간이 아니거든.

남자는 여자와 함께 식당에서 일하는 모양이었다. 주문대에 서 있는 여자를 향해 씩 웃어 보였다.


- 한국에서는 아침에 술을 먹지 않아요.


내가 말하자 그가 대답했다.

- 나는 매일 아침 위스키 15g을 마시지.


한 잔 두 잔이 아니라 술마저도 그램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재밌어 우리는 웃었다.


- 너희 나라에서 가장 큰 도시는 어디냐?

- 서울이요.

- 그래. 난 사이공은 가봤는데 서울에는 안 가봤다.

- 사이공엔 왜 가셨어요?

- 일하러 갔지.

사이공은 호치민의 옛 이름으로 남베트남의 수도였던 곳이다. 사라진 지 40년은 족히 넘은 그 이름을 아직도 불러주는 불가리아인이 있다는 사실이 재밌었다.


그러고 보니 베트남 전쟁 당시 불가리아는 북베트남을 지원했고 우리는 남베트남을 지원했다. 불가리아와 우리는 그때 적대국이었던 셈이다.


나는 제이에게 과거 유럽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술을 마셨던 사실을 이야기했다.


커피가 유럽에 보급되기 전의 일이다. 빵을 술에 찍어먹으면서 유럽인들은 첫 끼니를 때웠다.


- 그 시절에는 왕들이 백성들을 다스리기가 쉬웠대. 백성들이 커피를 마시게 되면서 다루기가 어려워졌지.

나는 술빵을 먹던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면서 어떻게 변화게 되었는지를 설명했다.


커피를 마시던 사람들은 마침내 민주주의를 발명했다. 카페에 모여 정치 토론을 한 다음 투표함을 만들고 익명으로 투표하게 했는데 지금 우리의 선거 방거기서 탄생되었다.


남자는 꼬부라진 혀로 여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퇴근을 했다. 술 취한 동료를 여자는 싫어하지 않았다. 나중에 길거리에서 이 남자를 다시 만났는데 여전히 술병을 든 채 취해 있었다. 하지만 표정은 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