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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니의 달팽이

불가리아의 플로브디프

by 카렌

여행을 하면서 여행을 잘 하고 있나 가끔 확인해볼 때가 있다.


남들처럼 살아야 하듯 남들처럼 여행을 해야 안심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들이 본 것을 보고 남들이 먹은 것을 먹어야만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에 여행을 잘 하고 있나 확인해 볼 때면 불안감이 앞선다. 어느 날엔 지쳐서 돌아오지 않으면 시간을 헛되이 보낸 게 분명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 보는 눈이 없어서 내가 찾고 있는 걸 못 찾을까 봐 겁나.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자 장난스럽게 제이가 물었다.


-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요?


나는 수첩을 펼쳐서 그려둔 것을 보여주었다. 나선형 모양의 그림이었다. 달팽이를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같기도 했다.

- 예를 들면 이런 거야. 이건 산토리니의 아틀란티스 서점의 하얀 천장에 그려진 거지.


처음 이스탄불로 들어오기 직전까지만 해도 나는 산토리니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산토리니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계획은 좀 다른 것이겠지만 내가 산토리니를 방문해야 할 이유는 이 달팽이 하나밖에 없었다.


나는 짧게 아틀란티스 서점에 대해 소개했다.


산토리니에 여행을 온 영국 청년 둘이 섬에 서점이 없다는 것을 알고 만들었다는 것과 지금은 섬에 여행 온 자원 봉사자들로 운영이 되고 있다는 것을.


- 자원 봉사자들은 떠날 때 자신의 이름을 이 달팽이에 남겨. 달팽이가 계속 자랄 수 있는 이유지. 나도 그 섬에 가서 달팽이가 자라는데 꼭 기여를 해보고 싶더라고.

- 우리가 그 택시를 타지만 않았어도 산토리니에 갔겠지?

- 그랬을 가능성이 높겠지. 이스탄불이랑도 가깝잖아.

- 아쉽다. 비수기라서 멋진 호텔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을 텐데.

- 못 그랬을 수도 있어. 겨울엔 대부분 호텔이 문을 닫는대.


누가 산토리니에 가서 달팽이 사진을 찍은 후 내게 선물로 보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