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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보다 사랑

불가리아의 플로브디프

by 카렌

우리는 토스트를 먹고, 코코아 가루가 뿌려진 우유와, 오렌지 주스와, 레몬 주스와, 당근 주스를 차례로 주문했다.


주스는 모두 100%였다.


오리지널이 이렇게 쌀 수 있다니 무척 만족스러웠다.


어떤 이들은 불가리아를 유럽의 동남아로 부르기도 한다. 여름이 되면 서유럽 사람들은 흑해에 있는 바르나로 몰려가는데 저렴한 비용 때문이었다.

우리는 알바니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앞으로 우리가 가게 될 지도 모르는 나라들 중 하나였다. 오랜 내전의 결과, 도시 곳곳에 벙커가 많은 것으로 유명했다. 누군가 죽어 갔을 지도 모르는 그곳이 지금은 사랑의 장소로 애용된다고 제이가 말해주었을 때 죽음보다 사랑이 강하다는 문장을 떠올렸다.


캄보디아에서 전쟁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제이는 엘리자베스 길버트라는 작가의 글에서 그것을 읽었다고 했다. 제이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캄보디아를 떠나 미국에 도착한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것을 보았으며 그들의 사지가 잘려나가는 것도 보았다. 보트를 타고 바다를 건너 가는 중 굶어 죽는 사람도 보았고 바다에 빠져 상어밥이 되는 사람도 보았다.

그들을 맞이했을 때 미국 정부는 그들의 정신이 온전치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트라우마가 대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민들 개개인에게 정신과 의사를 붙여 상담치료를 받게 했다.

나중에 미국 의사들은 트라우마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무척이나 놀라고 말았다. 그들이 가진 상처의 대부분이 사랑에 대한 것이었다. 그들이 호소했던 상처에 대한 이야기들은 이런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난민촌에서 한 남자를 만났어요. 그와 사랑을 했죠. 미국에 올 때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다른 보트를 타야 했어요. 그는 보트에서 만난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졌지요. 지금 그 남자가 내게 연락을 해 와요. 나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면서.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 남자의 연락을 차단하고 싶지는 않네요.

죽음보다 사랑이 중요하지 않다면 누군가 죽어갔던 벙커 속에서 사랑을 나누기 힘들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의 유전자 속에 그렇게 하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 같았다. 연애하고 연애하고 연애하라.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가 어떻게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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