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신발이라는 기념품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

by 카렌

자기가 여행한 한 곳의 스타벅스 잔을 모으는 사람도 있고,


냉장고에 붙이는 자석을 모으는 여행자도 있다. 내게는 필요 없는 물건들이지만 그것을 보석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홍차를 담는 쇠로 된 네모난 통을 모으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버렸다. 스노우 볼을 모으는 여행자도 있고, 그 나라의 연금술사 번역판을 모으는 여행자도 알고 있다.


그중에 가장 멋있는 사람은 연금술사를 모았던 여행자라고 생각한다. 그는 조지아판을 구하고 나서 아주 기뻐했다. 레에서 영어판을 산 적이 있는데 내 마음도 그랬다. 내가 제법 멋있었다고 생각했다.


살만한 게 좀 있을까 찾아 보기 위해 우리는 노점들을 뒤적였다.

칼레메그단 요새의 입구였다. 아무리 뒤져도 살만한 것은 없었다. 표정을 보니 제이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 우린 왜 갖고 싶은 것이 없을까.

- 마음이 허한 사람들만이 뭔가를 갖고 싶은 거야.


그런 대화를 나누었다.


노점의 기념품 중에는 우리에게 미련을 남길만 한 물건이 없었다. 집에 가져가서 쓸 만한 것도 없었다.


여행지에서 노점을 흔하게 보았지만 물건 사는 사람을 본 일은 적었다. 특히 쌓여 있던 나무 조각품들과 도자기, 형형색색의 싸구려 장신구들을 보면 장사꾼들은 도대체 무얼 먹고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터무니없는 가격을 붙이고 흥정을 하는 것이 이해되었다. 하나를 팔 때 이윤을 크게 남겨야 했다. 팔리지도 않을 것들을 가득 싣고 매일 그 자리에 나타나는 인내를 생각하면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사람은 종종 기념품이라는 것을 가져온다.


한 친구가 우리를 불러 놓고 이렇게 말했던 적이 있다.


- 마음에 드는 것 한 장씩 가져.


여행 사진으로 만든 엽서였다.


그때 사람들은 좋았을까.


기념품이란 기억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을 위한 것이지 여행에 대해 아무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


여행을 통해 내게 기념할 만한 것이 있다면 그건 신발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신발에 대한 사진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신고 있는 신발을 찍기도 했고 가지런히 바닥에 놓여 있는 신발도 찍었으며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신발도 찍었다. 제이와 내 신발을 한 장의 화면에 담으면 신기하게도 다정함이 느껴졌다. 어떤 여름날엔 신발을 벗으면 발등까지 까맸는데 신발을 신고 있던 부분은 하얬다. 그래서 신발을 벗었지만 하얀 신발을 신고 있는 것 같아서 또 사진을 남긴 적이 있다.


내 신발은 대게 여행이 끝난 다음 버려졌다. 나는 평소에 신던 가장 편한 신발을 신고 가는데 무조건 걷고 보는 나의 습관 때문에 신발은 주인처럼 고행을 해야 했다. 고행 끝에 신발은 지나치게 닳아서 쉽게 미끄러진다든가, 끈이 끊어진다든가 하는 탈을 일으켰다.


- 돌아가면 신발 하나 사자.


뒤의 끈이 끊어진 것을 보고 제이가 말했다. 신발은 젖은 곳을 오래 밟고 다녀 발등까지 지저분한 상태였다. 나는 그러겠다고 말했다가 다시 빨아서 신으면 될 거야 라고 말했다.


- 좋은 신발을 신어야 해. 그 신발이 널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줄 거거든.


다뉴브강이 내려다보이는 벤치에 이르렀을 때 제이가 한 말이다.

난 그때 비로소 구두닦이가 왜 필요한지 알았다.

신발이 사고 싶어 졌다.

기념품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소피아 아줌마